상장사면 상장폐지감인데… 의견거절 아파트 5년간 95곳

📅 2026.05.28 | 조선비즈

💡 핵심 요약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외부 회계감사에서 2020~2024년 5년간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아파트 단지가 95곳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감사를 포기한 가장 심각한 단계로, 상장사라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지만 아파트 단지는 현행법상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업계는 의견거절 상당수가 관리비 유용·횡령·자료 제출 거부와 연관된 것으로 보며, 실제 13억원 관리비 횡령(원주) 등 형사사건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아 제재 공백 보완이 과제로 꼽힌다.

  • 2020~2024년 아파트 외부감사 의견거절 95곳(2023년 28곳 최다) — 매년 10~20여 곳
  • 의견거절 다수가 관리비 유용·횡령·회계자료 미제출과 연관 — 실제 횡령 형사처벌 사례 다수
  • 현행법상 의견거절 자체만으로는 행정처분·벌칙 근거 미비 — 제재 공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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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좋은 용어

  • 감사의견 4단계(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해 내리는 결론. ‘적정’은 문제없음, ‘한정’은 일부 제한, ‘부적정’은 중대한 왜곡, ‘의견거절’은 자료 부족 등으로 의견 자체를 낼 수 없는 가장 심각한 단계다. 의견거절은 사실상 “이 장부는 믿을 수 없다”는 신호다.
  •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 일정 규모 이상이라 법적으로 전문 관리·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아파트. 현행법상 ①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②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③ 150세대 이상으로서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 포함)의 공동주택, ④ 150세대 이상의 주상복합 건축물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적용된다. 관리비 등 입주민 공동 재산을 다루기에 회계 투명성이 요구된다.
  • 입주자대표회의 — 아파트 입주민을 대표해 관리비 집행·관리업체 선정 등 단지 운영의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자치 기구. 권한이 큰 만큼 회계 감독이 느슨하면 임원·관리소 관계자의 관리비 유용·횡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 관련 기준 본문

1. 회계감사기준서(KSA) 제705호 — 의견거절

이 사안의 핵심은 ‘의견거절’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발생하는가다.

■ 문단 9~10 — 의견거절의 사유

감사인은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고, 발견되지 않은 왜곡표시가 재무제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중요하면서도 전반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의견을 거절한다. 즉 감사 범위가 중대하게 제한되어 의견 표명의 근거 자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 아파트 의견거절의 상당수는 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가 회계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집행 내역을 불투명하게 처리해 감사 증거 자체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다. 이는 KSA 705호의 전형적 의견거절 사유(감사범위 제한)에 해당하며, 자료 미제출이 곧 비리 은폐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다.

2. 공동주택관리법 — 회계감사 의무 및 처벌

■ 제26조 — 회계감사 의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 1회 이상 외부 회계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감사 항목에는 결산보고서 작성기준 준수 여부, 재무제표와 명세의 일치 여부, 관리비 부과의 적정성, 지출 증빙 관리 상태 등이 포함된다.

■ 제90조(부정행위 금지) 및 제98조·제102조 — 부정·미수감 시 처벌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하여 입주자등·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하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제공해서는 아니 된다(제90조).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과태료가 부과되며, 회계감사를 받지 아니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경우에 대해서도 별도의 벌칙·과태료 조항을 두고 있다(제98조·제102조). 다만 감사의견 거절 자체를 사유로 한 직접적인 행정처분·벌칙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 여기에 제도적 공백이 있다. 감사를 아예 안 받거나 부정 수감하면 처벌되지만, ‘의견거절’을 받은 경우(자료 미제출 등으로 감사가 무력화된 경우)는 그 자체로 제재할 근거가 약하다. 결국 지자체 특별감사·수사로 비리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사실상 방치되는 구조다.

3. 형법 제355조·제356조 — 횡령·업무상횡령

■ 제356조 — 업무상횡령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입주자대표회장·관리소장·경리 등이 입주민 공동 재산인 관리비·하자보수금을 빼돌리면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 기사의 원주 사례(8년간 관리비 13억원 횡령, 징역 4년 — 항소심 유지)·광주 사례(하자보수금 7,070만원)가 이에 해당하며, 의견거절은 이러한 횡령의 ‘조기 경보’ 역할을 할 수 있다.

🔍 시사점

  1. ‘의견거절 = 조기 경보’인데 작동 안 하는 경보기 —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보내는 가장 강한 위험 신호이지만,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이를 제재로 연결할 근거가 없다. 경보가 울려도 후속 조치가 자동으로 따르지 않는 구조라, ‘의견거절 → 자동 특별감사·시정명령’으로 잇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2. ‘자료 미제출’이 곧 위험 신호 — 상장사 분식회계가 가공매출 등 적극적 조작이라면, 아파트는 자료를 안 내는 소극적 방식으로 감사를 무력화한다. 감사범위 제한(KSA 705호)에 의한 의견거절이 반복되는 단지는 비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보고 우선 점검 대상에 둘 필요가 있다.
  3. 입주민의 ‘회계 리터러시’가 1차 방어선 — 관리비는 입주민 공동 재산이지만 감시가 느슨하다. 입주민이 감사보고서의 의견 종류(특히 의견거절·한정)를 확인하고 입주자대표회의·관리비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횡령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1차 방어선이다.
  4. 제재 공백의 보완 방향 — 전문가들은 관리비 부당 집행·회계자료 미제출에 대한 행정·형사 제재 강화를 제언한다. 의견거절 단지에 대한 의무적 재감사, 관리주체 자격 제한, 과태료 등 단계적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비리 억지력이 생긴다.
  5. 상장사 퇴출 논의와의 대비 — 최근 금융당국은 상장사 회계부정에 ‘즉시 퇴출(포괄적 재량권)’까지 추진하는데, 정작 전 국민 다수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회계 부실에는 제재가 사실상 없다. 자본시장과 생활밀착 영역 간 회계 규율의 비대칭을 보여주는 사례다.
  6. 예방 인프라 — 회계 투명성 시스템 의무화 — 관리비 회계의 표준화·전산화, 외부 검증 강화, 집행 내역의 입주민 상시 공개 등 사전 예방 인프라가 사후 처벌보다 효과적이다. 의견거절 95곳이라는 숫자는 사후 적발이 아닌 사전 시스템의 필요성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