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영업이익 5.96조…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재고자산 측정의 함정

📅 2026.05.17 | 디지털타임스

💡 핵심 요약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약 5조9635억원으로 2022년 2분기(7조5536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이익의 약 50~60%가 유가 급등기에 발생한 재고 관련 이익과 원유 도입·제품 판매 시점 차이에서 비롯된 래깅효과 등 현금 유입이 없는 회계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과거 저가에 들여온 원유 재고가 매출원가로 비용화되면서 상승한 판매가격과 만나 매출총이익이 부풀려지는 효과로, 유가가 안정화·하락하면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반전되며 실적이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 여기에 최고가격제 장기화와 정산 불확실성,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며 실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재고 관련 이익(통칭 ‘재고평가이익’) — 정유업계에서 통상 쓰는 비공식 용어로, ① 매출원가 시차로 과거 싸게 사둔 원유가 비용화되면서 매출총이익이 부풀려지는 효과와 ② 이전에 인식한 재고자산평가손실의 환입을 통칭한다.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게 아니라 회계적 효과라, 유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평가손실로 뒤집힐 수 있다.
  • 래깅효과(lagging effect) — 원유를 사들이는 시점과 정제·판매하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어 생기는 손익 왜곡. 원유 도입가는 전월 유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석유제품 판매가는 당월 시세를 반영하므로,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의 낮은 원가가 현재의 높은 판매가와 만나 이익이 커 보이고, 하락기에는 반대로 손실이 확대된다.
  • IFRS 재고 평가 구조 — 재고자산을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하는 회계 방식(저가법). 정유업처럼 원자재 가격 변동이 큰 업종에서는 이 구조 탓에 유가 흐름에 따라 매출원가가 출렁여, 영업이익이 실제 영업 경쟁력보다 유가에 좌우되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
  • 최고가격제 — 정부가 특정 상품의 가격에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정유업에서는 유류가격 안정을 위해 적용될 수 있는데, 상한에 묶이면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정유사 마진이 압박받고, 사후 정산 방식·시점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실적 변동 요인이 된다.

📚 관련 기준 본문

기업회계기준서 제1002호 ‘재고자산’ (K-IFRS 1002)

문단 9 — 저가법 측정 원칙

재고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한다.

정유사의 원유·석유제품 재고는 이 원칙에 따라 평가된다.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 저가에 도입한 원유의 취득원가가 그대로 장부에 남아 있는 반면, 이를 가공·판매할 때의 시장가격은 높아져 매출 대비 매출원가가 낮게 잡힌다. 기사에서 말하는 ‘재고평가이익’은 회계학적으로 별도 손익 항목이 아니라, 이 저가 취득원가와 상승한 판매가격 간의 격차가 매출총이익을 부풀리는 효과(매출원가 시차 효과)를 통칭하는 정유업계 관행적 표현이다.

문단 28·33 — 평가손실 인식과 환입

(문단 28) 매 보고기간말마다 순실현가능가치를 재평가하고, 순실현가능가치가 취득원가보다 하락한 경우 그 차액을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하여 비용 처리한다.

(문단 33) 매 후속기간에 순실현가능가치를 재평가하며, 순실현가능가치의 상승이 명백한 경우에는 과거에 인식한 평가손실을 환입하되, 그 환입은 새로운 장부금액이 취득원가와 수정된 순실현가능가치 중 작은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유가가 하락 반전하면 보유 재고의 순실현가능가치가 취득원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정유사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해야 한다(문단 28). 반대로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NRV가 회복되면 이전 평가손실을 환입할 수 있다(문단 33). K-IFRS상 ‘재고평가이익’으로 별도 인식되는 항목은 이 환입에 한정되며, 정유업계가 통상 말하는 ‘재고 관련 이익’의 대부분은 매출원가 시차에 따른 매출총이익 변동으로 잡힌다. 이것이 기사에서 지적하는 ‘실적 반전 위험’의 회계적 근거다.

기업회계기준서 제1002호 — 원가흐름 가정(문단 25)

문단 25 — 선입선출법·가중평균법

재고자산의 단위원가는 선입선출법(FIFO)이나 가중평균법을 사용하여 결정한다. (후입선출법은 K-IFRS에서 허용되지 않음)

K-IFRS는 후입선출법(LIFO)을 금지하므로 정유사는 주로 선입선출법·가중평균법을 적용한다. 선입선출법 하에서는 먼저 들여온 저가 원유가 먼저 원가로 비용화되어, 유가 상승기에 매출원가가 낮게 계상되고 매출총이익이 부풀려지는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이른바 ‘래깅효과'(원유 도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이익)는 이러한 원가흐름 가정과 결합해 나타난다.

🔍 시사점

  1.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 검토 필요 — 영업이익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그중 현금 유입을 수반하는 영업 본연의 이익과 재고 관련·래깅효과 같은 회계적 이익을 구분해 분석해야 한다. 1분기 이익의 50~60%가 후자로 추정되는 만큼 단순 호실적으로 해석하면 오판 위험이 크다.
  2. 유가 방향성에 연동된 실적 변동성 — 재고 관련 이익은 유가 상승기의 일시적 효과이며, 유가가 안정·하락하면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반전된다. 2022년 12조원 초과 영업이익 이후 급격히 둔화된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3. 재무제표 주석 공시 확인 — 투자자는 재고자산평가손실(환입) 내역, 순실현가능가치 산정 근거, 원가흐름 가정 등 주석 공시를 통해 이익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4. 횡재세 등 정책 리스크 — 회계적 착시로 부풀려진 이익이 횡재세 논의를 촉발할 수 있으나, 실적이 빠르게 둔화되면 논의 동력도 약화되는 경향이 있어 정책·실적 간 시차에 유의해야 한다.
  5. 최고가격제·정산 불확실성 — 최고가격제 장기화와 손실 보전·정산 방식의 불확실성은 향후 보상 규모 축소·정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장기 투자·경영 계획에 보수적 기조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6. 원가 구조 변화 모니터링 —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에 따른 운송 경로 변경과 수입선 다변화는 원가 부담을 높일 수 있어, 정제마진과 함께 원가 측면의 추이를 지속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