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코인, 세 개의 이름:비트코인을 둘러싼 법과 회계의 동상이몽

📅 2026.07.13 05:00 · 이데일리 [경제·금융] (담당 최훈길 기자, 필자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 「비트코인의 다양한 분류」

📌 「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 시리즈 — 조세·회계·블록체인 전공(공인회계사·세무사·증권분석사·조세법·회계학 박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 블록체인 전공)의 오문성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가 디지털자산의 법·회계·세제 이슈를 다루는 이데일리 연재. 이번 편은 미국 클래리티법 제정 국면에서 비트코인의 상품·증권·금융자산 세 층위 분류의 상호관계를 짚는다.

💡 핵심 요약

비트코인을 둘러싼 “상품이냐 증권이냐”라는 법적 논쟁에 “회계상 금융자산이냐”라는 물음까지 더해지면 논의가 한층 복잡해진다. 그러나 미국법상 상품·증권 구분(규제 관할을 정하는 법적 분류)과 국제회계기준상 금융자산 여부(재무제표 인식·평가를 정하는 회계적 분류)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로,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다. 필자는 “비트코인이 현행 IFRS 정의상 금융자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경제적 실질은 금융자산에 가깝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으며, 각 제도의 목적과 맥락을 구분해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 미국 클래리티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of 2025)은 암호자산을 일률적으로 증권 취급하지 않고, 성격·발행방식에 따라 CFTC(디지털상품 현물시장·플랫폼)와 SEC(증권·투자계약) 관할로 구분한다. 2025년 7월 하원 통과, 2026년 7월 현재 상원 심의 중이며 아직 법률로 확정되지 않았다.
  • 증권성 판단에는 하위테스트(Howey Test)가 적용된다. 코인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발행·판매되었고 투자자가 누구의 노력에 기대어 수익을 예상했는지가 관건이다.
  • 비트코인은 발행자가 없고 배당청구권·잔여재산분배청구권도 부여되지 않아, CFTC가 2015년부터 상품거래법상 상품으로 취급해 왔다. 다만 현행법상 CFTC가 비트코인 현물시장 전체에 포괄적 감독권을 갖는 것은 아니며, 클래리티법은 이 감독권을 확대하려는 법안이다.
  • 이더리움도 CFTC가 상품으로 취급해 왔으며, 현재의 네트워크 구조와 이용 형태를 고려할 때 비증권 암호자산 또는 디지털상품으로 평가되는 방향이 우세하다. 다만 초기 발행·판매의 성격, 재단·개발주체의 역할 등 개별 거래관계에는 별도 증권성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 회계상으로는 특정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 청구권이 없어 IFRS상 금융자산이 아니다. 판매목적 보유 시 재고자산(K-IFRS 1002), 그 외에는 무형자산(K-IFRS 1038)으로 처리된다.
  • 세무상으로는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에 따라 가상자산의 공급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 미국의 ‘commodity’ 분류와는 무관하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하위테스트(Howey Test) — 미국 연방대법원이 SEC v. W.J. Howey Co.(1946) 판결에서 정립한 투자계약(증권) 판단 기준. ①금전의 투자 ②공동사업에 대한 투자 ③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 ④그 이익이 타인의 본질적 경영 노력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네 요건을 충족하면 투자계약, 즉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

클래리티법(CLARITY Act) — 정식명칭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of 2025’. 암호자산을 자산의 성격과 발행·거래 방식에 따라 SEC와 CFTC의 관할로 구분하는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규제 법안. 토큰 자체가 증권이 아니어도 발행·판매 관계가 투자계약을 구성하면 SEC가 그 과정을 규율한다.

금융상품(Financial Instrument) — 거래당사자 일방에게 금융자산을, 상대방에게 금융부채나 지분상품을 발생시키는 계약(K-IFRS 1032). 금융자산은 현금이거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현금·다른 금융자산을 수취할 계약상 권리 등에 해당해야 한다.

📚 관련 기준 본문

K-IFRS 제1032호 「금융상품: 표시」

문단 11 (금융자산의 정의)

금융자산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자산이다. (가) 현금, (나) 다른 기업의 지분상품, (다) 다른 기업에서 현금 등 금융자산을 수취하거나 잠재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금융자산·금융부채를 교환하기로 한 계약상 권리, (라) 자기지분상품으로 결제되거나 결제될 수 있는 일정한 계약. (문단 11 요지)

사안 연결: 비트코인은 특정 상대방과의 계약에서 발생한 자산이 아니며, 보유한다고 해서 특정 상대방에게 현금을 청구할 권리가 생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위 정의의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아 금융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원문은 “국제회계기준”으로만 표현했으나, 금융자산의 정의는 인식·측정 기준서인 1109가 아니라 표시 기준서인 K-IFRS 1032 문단 11에 규정되어 있다.)

IFRS 해석위원회 「가상자산 보유(Holdings of Cryptocurrencies)」 의제결정(2019.6) · 한국회계기준원 질의회신(2019.12, 201906C)

적용 기준의 결정

가상통화의 보유는 금융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한다.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하기 위해 보유하는 경우에는 K-IFRS 제1002호 「재고자산」을, 그 밖의 경우에는 K-IFRS 제1038호 「무형자산」을 적용한다. (의제결정 요지)

사안 연결: 해석위원회는 가상통화가 보유자로부터 분리되어 매각·이전될 수 있고, 확정된 화폐수량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형자산의 정의를 충족한다고 보았다. 결국 통상적 영업과정의 판매목적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투자목적 보유 비트코인은 K-IFRS 1038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된다. 원가모형 또는 재평가모형을 적용하되, 재평가모형에서도 가치 상승분은 원칙적으로 당기손익이 아닌 기타포괄손익(재평가잉여금)으로 처리되어 실시간 시가 변동을 손익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재화·용역의 정의)

제1호 · 제2호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재화”란 재산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를 말한다.

2. “용역”이란 재화 외에 재산 가치가 있는 모든 역무(役務)와 그 밖의 행위를 말한다.

사안 연결: 기획재정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가상자산의 공급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미국법상 ‘commodity’는 CFTC의 규제대상을 정하기 위한 개념이고, 부가가치세법상 ‘재화’는 과세대상을 정하기 위한 개념이므로,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상품으로 분류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국내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다만 가상자산과 관련한 주선·자문·플랫폼 제공 등 ‘용역’의 공급은 과세대상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 필자의 관점(원문 인용)

오문성 경희대 교수 — “필자는 오래전부터 비트코인이 현행 국제회계기준상 금융자산의 정의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실질에서는 금융자산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다고 주장해 왔다. 비트코인이 투자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거래되고 가격이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일반적인 무형자산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의 정체성은 하나의 이름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미국 시장규제에서는 상품일 수 있고, 현행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무형자산일 수 있으며,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제에서는 그 공급이 과세대상인 재화의 공급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제도가 서로 다른 목적에서 사용하는 분류인 만큼, 각 분류의 목적과 맥락을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을 상품이나 금융자산 중 무엇으로 부를 것인지가 아니다. 어떠한 규율을 적용해야 기술혁신과 투자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고, 그 경제적 실질을 회계와 세제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 시사점

  1. 법적 분류와 회계 분류는 별개 차원 — 상품/증권 구분은 규제 관할을 정하는 법적 분류, 금융자산/비금융자산 구분은 재무제표 인식·평가를 정하는 회계적 분류다. 미국법상 상품 여부와 IFRS상 금융자산 여부는 직접 연관되지 않으므로, 하나의 결론이 다른 분류를 자동으로 결정한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2. 현행 IFRS상 비트코인은 무형자산 — 계약상 청구권 부재로 금융자산 정의를 충족하지 못한다. 판매목적 보유는 재고자산(1002), 그 외는 무형자산(1038)이며, 공정가치 상승이 당기손익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필자가 지적한 대로 “일반적인 무형자산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3. 회계기준 개정 가능성 주시 — 필자는 회계기준이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으며, “앞으로 디지털자산의 독자적 성격을 반영한 별도 기준·측정범주가 마련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금융자산의 기존 정의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일본 회계기준제정기구도 투자목적 가상자산을 당기손익-공정가치(FVPL) 금융자산으로 처리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4. 미국 규제 명확화의 파급 — 클래리티법으로 CFTC 관할, 거래플랫폼 등록요건, 수탁·위험관리 기준이 정비되면 은행·보험·자산운용사·연기금의 직접투자 여건이 마련된다. 현재 ETF를 통한 간접투자는 가능하나, 법적 불확실성이 줄면 직접 보유·수탁·담보 활용을 포함한 제도권 편입이 확대될 수 있다. 대형 기관 투자 확대가 다른 기관 참여와 장기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경로도 열린다.
  5. 부가세 비과세 입장 유지, 그러나 ‘용역’은 별개 — 미국의 상품 분류가 국내 부가가치세법상 재화 공급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가상자산 관련 주선·자문·플랫폼 제공 등 용역의 공급은 과세대상이라는 점을 실무상 구분해야 한다.
  6. 암호거래소 실무 함의 — 거래소가 자기계정으로 보유하는 코인의 분류(재고자산 vs 무형자산), 고객예탁 가상자산의 재무제표 계상 여부, 공정가치·판단사항 공시(K-IFRS 1001)는 향후 기준 개정 동향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다. 기준 정비 전까지는 보유 목적별 분류 근거와 판단 문서화가 중요하다.
  7. 이더리움도 비증권 방향이나 개별 판단 필요 — 필자가 명시한 대로 이더리움도 CFTC가 상품으로 취급해 왔고 비증권 방향이 우세하지만, 초기 발행·판매의 성격, 재단·개발주체의 역할 등 개별 거래관계에는 별도 증권성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알트코인에도 확장 가능한 프레임워크로, “탈중앙화 선언·거래소 상장” 자체가 상품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원문 지적과 맞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