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믿었던 데친 고사리의 배신…부가세 폭탄 부른 ‘6단계 공정’

📅 2026.07.06 12:59 · 조세금융신문 [예규·판례] (신경철 기자) — 「’데친 고사리’도 부가세 면세 받을 수 있을까」 · 부제: “서류상 이름보다 실제 공정 우선 / 단순 가공 넘어서면 ‘과세’ / 조세심판원 ‘면세 요건 못 미쳐'”

💡 핵심 요약

한 수입업체가 2022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총 270건의 고사리를 ‘데친 고사리’라는 품명(HSK 제2005.99-9000호, 관세는 FTA 협정세율 18%)으로 신고하고 부가가치세는 면세로 통관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수입수리 전 분석 과정에서 세관은 서류상 품명이 아니라 실제 제조공정에 주목해 과세로 돌렸다. 쟁점 물품은 건조 고사리를 70~80℃에서 3~6분 데친 뒤 세척·수침·조제용액 포장·살균·건조·숙성 등 여러 공정을 거쳐 조직이 연화된 상태였고, 조세심판원은 이를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거 통관이 수리돼 왔다는 신뢰보호 주장도, 세관의 분석 안내는 면세를 확정하는 공적 견해표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돼 업체의 심판청구는 기각됐다.

  • 과세 판단 기준은 ‘이름’이 아니라 ‘실제 공정’ — 신고 품명이 ‘데친 채소’여도 공정 실질이 단순 데침을 넘어서면 면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 복합 공정은 1차 가공을 벗어난다 — 데침 이후 수침·조제용액(비타민C·젖산칼슘·정제수) 처리·살균·숙성 등이 결합되면 미가공식료품으로 보기 어렵다.
  • 통관 수리·분석 안내 ≠ 면세 확정 — 세관의 분석 안내서는 품목분류 참고자료일 뿐, 부가세 면세를 인정하는 공적 견해표명이 아니다.
  • 참고 심판례: 조심2025관0056 (원문 첨부파일 H_2025관0056.hwp)

🔗 원문 보기 — 조세금융신문 [예규·판례] 「’데친 고사리’도 부가세 면세 받을 수 있을까」 (신경철 기자)

📖 알아두면 좋은 용어

미가공식료품 — 가공되지 않았거나,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만 거친 식료품. 부가가치세법상 국내 공급(제26조 제1항 제1호)과 수입(제27조 제1항 제1호) 모두 면세된다. 데친 채소류도 원칙적으로 이 범위에 포함되지만, 가공의 정도가 문제가 된다.

1차 가공 — 건조·냉동·염장·데침 등 원재료의 저장·유통을 위한 최소한의 처리로서,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을 변화시키지 않는 수준의 가공. 이 선을 넘어 새로운 성질·용도의 재화로 바뀌면 과세 대상이 된다.

공적 견해표명(신뢰보호 원칙) —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를 표시한 것. 이 요건이 충족돼야 신의성실·신뢰보호 원칙에 따라 과세가 제한된다. 단순 통관 수리나 기술적 분석 안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사건의 결론이다.

HSK 제2005.99-9000호 — 식초 이외의 것으로 조제 또는 저장 처리한 그 밖의 채소류(냉동한 것 이외의 것)의 하위 세번. 관세율표상 이 세번에 분류되면 관세 대상이 되지만, 부가세 면세 여부는 세번과 별개로 부가세법상 미가공식료품 해당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 관련 기준 본문

부가가치세법 제26조·제27조 — 재화 공급·수입의 면세

제26조 제1항 제1호 — 미가공식료품 공급 면세

가공되지 아니한 식료품(식용으로 제공되는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을 포함한다)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어 식용으로 제공되지 아니하는 농산물 등의 공급은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제27조 제1항 제1호 — 미가공식료품 수입 면세

제26조 제1항 제1호에 규정하는 미가공식료품의 수입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이 사건 쟁점 물품이 면세를 받으려면 결국 ‘가공되지 아니한 식료품’, 즉 미가공식료품에 해당해야 한다. 문제는 데친 고사리가 그 범위 안에 들어오는지였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34조 · 시행규칙 (미가공식료품의 범위)

1차 가공의 한계 —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아니하는 정도’

시행령 제34조는 미가공식료품의 범위를 규정하며, 그 세부 품목은 시행규칙 별표에서 열거한다. 미가공식료품에는 원생산물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아니하는 정도의 1차 가공을 거친 것과 데친 채소류 등이 포함된다. 다만 가공을 거쳐 원생산물과 다른 성질·용도의 재화가 된 경우에는 면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세심판원은 ‘데침’에 별도 정의 규정이 없더라도 통상적으로는 끓는 물에 잠깐 넣어 표면을 가볍게 익히는 조리에 그친다고 봤다. 반면 쟁점 물품은 건조 고사리를 70~80℃ 온수에서 3~6분간 데친 뒤 세척·수침·조제용액(비타민C·젖산칼슘·정제수) 포장·살균·건조·숙성을 거쳐 조직이 연화된 상태였다. 이런 복합 공정은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아니하는 정도의 1차 가공’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됐다.

국세기본법 — 신의성실·신뢰보호

제15조·제18조 — 신의성실 원칙과 소급과세 금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그 의무를 이행하고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제15조),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관행에 의한 행위나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보아 소급하여 과세되지 아니한다(제18조 제3항).

신뢰보호가 적용되려면 과세관청의 ‘공적 견해표명’이 있어야 한다. 심판원은 세관의 분석업무가 품명·규격·성분·용도 확인이나 품목분류 지원을 위한 감정분석에 불과하고, 부가세 과세 여부에 대한 공적 견해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뢰보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쟁점 물품의 분석결과 안내서에도 제2005.99-9000호 분류 의견과 물품 상태 설명이 담겼을 뿐, 부가세 면세를 인정한다는 판단은 없었다. 과거 통관이 수리됐다는 사정만으로 면세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 시사점

  1. 과세 판단은 ‘실질과세’다 — 신고서상 품명이 아니라 실제 제조공정의 실질이 면세 여부를 가른다. 서류상 ‘데친 채소’라는 표기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2. 1차 가공의 경계선을 공정 단위로 검토해야 한다 — 데침 자체는 1차 가공이라도, 여기에 수침·조제용액 처리·살균·숙성 등이 결합되면 전체적으로 미가공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3. 독성 제거·안전 처리라는 명분도 면세를 보장하지 않는다 — 업체는 고사리 독성 제거를 위한 필수 전처리라고 주장했으나, 심판원은 공정의 복합성·결과물의 상태를 종합해 판단했다.
  4. 통관 이력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 과거 면세 통관이 반복 수리됐더라도(이 사건은 총 270건) 이는 면세를 확정하는 공적 견해표명이 아니므로, 신뢰보호를 근거로 과세를 다투기는 어렵다.
  5. 수입 전 품목·과세 판정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라 — 유사 가공식품 수입 시에는 사전에 품목분류 사전심사(HSK 세번)부가세 과세 판정을 별도로 확인해, 통관 후 수정신고·경정청구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안전하다. HSK 분류와 부가세 면세 여부는 별개의 판단축이다.
  6. 가공식품 면세 판정은 개별 사안별로 갈린다 — 조세금융신문 [예규·판례] 시리즈의 유사 사례들(중국산 건조고추 저가 신고, 서리태 신고가 부인, 증숙대추 611% 관세, 계약재배 농산물 저가 신고)에서도 가공 정도·신고가 적정성을 놓고 결론이 엇갈렸다. 개별 공정 명세를 근거로 한 사전 검토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