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7.07 15:17 · 프레스맨 [MONEY뭐니] (이석호 기자) — 「[금융사기 ⑨FTX] 거래소와 운용사의 경계가 무너질 때」 · 시리즈 9편(전 11편)
💡 핵심 요약
세계 2위권 가상자산 거래소로 성장한 FTX는 고객이 맡긴 예치금과 코인을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소유의 트레이딩 회사 알라메다리서치로 빼돌려 자기 사업 자금으로 굴렸다. 거래소와 운용사가 한 사람의 지배 아래 놓이면서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가르는 벽이 무너졌고, 알라메다가 관계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토큰 FTT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사실이 코인데스크 보도로 드러나자 대규모 인출이 촉발돼 2022년 11월 열흘 만에 파산했다. 확인되지 않은 고객 자금 공백은 약 80억 달러로 추산됐으며, 창업자는 2024년 3월 미국 법원에서 징역 25년과 110억 달러 몰수를 선고받았다.
- 분리보관 원칙의 붕괴: 공동창업자 개리 왕이 전산상 알라메다 계좌에만 자동청산 예외 코드를 심어, 담보가 부족해도 청산되지 않은 채 고객 예치금을 끌어다 썼다.
- 자금 유용 규모: 100억 달러 이상의 고객 자금이 위험투자·벤처지분 매입·부동산 구입·정치후원 등에 흘러갔고, 2022년 상반기 알라메다 손실도 고객 돈으로 메웠다.
- 자기참조 구조: 알라메다 자산 약 146억 달러 중 무담보 FTT 36억 6,000만 달러·FTT 담보 자산 21억 6,0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40%가 관계사 발행 토큰 FTT에 묶여 있었고, 이 구조가 2022년 11월 2일 코인데스크 보도로 노출됐다.
- 붕괴 경로(2022.11): 11.6 바이낸스 CEO 자오창펑의 FTT 전량 매각 선언 → FTT 급락 → 대규모 인출 요구 → 11.8 출금 중단·바이낸스 인수 의향 → 11.9 바이낸스 인수 철회 → 11.11 알라메다 포함 130여 개 계열사와 함께 미 법원 파산보호 신청.
- 통제장치 부재: 엔론 청산을 지휘했던 청산인 존 레이 3세조차 회사의 내부통제가 사실상 없었다는 취지의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법원에 제출했다.
- 사법 처리·회수: 뱅크먼프리드는 2022.12 바하마에서 체포·미국 송환, 2023.11 배심원단이 사기·공모 등 7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2024.3 징역 25년·110억 달러 몰수 선고. 2024년 승인된 회생계획으로 채권자 대부분은 파산 신청 당시 평가액을 기준으로 원금+이자를 돌려받게 됐으나, 기준시점이 시세 저점(2022.11)이라 이후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기회손실 회복은 불완전하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고객위탁 가상자산(customer-entrusted virtual assets): 이용자가 거래·보관을 위해 거래소에 맡긴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유재산과 분리·보관되어야 하며, 회계상으로는 경제적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사업자의 자산·부채로 인식할지가 갈린다.
- 특수관계자(related party): 한 개인 또는 그가 지배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을 함께 지배하는 등 지배·공동지배·유의적 영향력으로 얽힌 당사자. FTX와 알라메다는 뱅크먼프리드라는 동일인 지배하의 특수관계자였다.
- 뱅크런(bank run): 자산 부실 소문이 돌 때 예금자·예치자가 한꺼번에 인출에 몰리는 현상. 준비금(실물 보유)이 부족한 거래소는 이 인출 요구를 감당하지 못한다.
-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더 많이 벌어 그만큼 기부해 세상을 개선한다는 사상 흐름. 뱅크먼프리드가 급여 상당 부분 기부로 이름을 알린 명분이자, 후일 본인이 “홍보용이었다”고 인정한 페르소나였다.
📚 관련 기준 본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24. 7. 19. 시행)
제6조(이용자 예치금의 보호)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원화 등 금전)을 고유재산과 분리하여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예치·신탁된 예치금은 상계·(가)압류가 금지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이를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사업자 신고 말소·해산·파산 등의 경우 관리기관은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우선하여 지급한다.
▶ FTX처럼 거래소가 고객 예치금을 자기(또는 계열사) 사업 자금으로 전용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원천 차단한 조항이다.
제7조(가상자산의 보관)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명부를 작성·비치하고, 자기의 가상자산과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하여 보관하여야 하며, 위탁받은 것과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여야 한다(제2항). 또한 이용자 가상자산의 일정 비율(시행령상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안전하게 보관하여야 한다(제3항).
▶ ‘화면 속 잔고’와 실제 보유가 반드시 일치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으로, FTX식 부외 유출을 구조적으로 막는다.
제17조(벌칙) 및 제22조(과태료)
제6조 또는 제7조를 위반해 이용자 예치금을 분리·예치·신탁하지 않거나 이용자 가상자산을 분리·보관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제17조에 따른 형사처벌(위반 유형에 따라 유기징역 또는 벌금)의 대상이 되며, 아울러 이용자 명부 미비, 콜드월렛 보관비율 미준수 등 절차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제22조에 따라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분리보관·실질보유 의무 위반은 절차적 과태료에 그치지 않고, 위반 유형과 고의성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용자 HTML은 과태료(제22조)만 표기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벌칙(제17조)이 더 무거운 제재 근거임을 병기한다.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 (2023. 12. 20. 증선위 의결)
고객위탁 가상자산의 자산·부채 인식
가상자산사업자는 고객위탁 가상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가상자산의 사용을 지시하고 가치상승 등의 효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고려하여, 통제권이 사업자에게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가상자산과 고객에 대한 채무를 각각 자산·부채로 계상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석으로 공시한다. 통제권 판단 시 해킹사고 발생 등에서 고객의 법적 재산권 보호수준, 사업자가 위탁자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명시적·암묵적 권리가 있는지를 함께 본다.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보유한 고객위탁 가상자산의 물량·시장가치를 가상자산별로 공시한다.
▶ 예외 코드로 고객 자산을 사실상 자유롭게 쓰던 FTX는 형식상 ‘고객 자산’이라도 실질 통제권이 사업자에 있었던 경우로, 부외 처리는 재무제표 왜곡에 해당한다.
K-IFRS 제1024호 ‘특수관계자 공시’
문단 9 (특수관계자의 정의)
한 개인 또는 그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이 보고기업과 다른 기업을 함께 지배하거나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두 기업은 서로 특수관계자에 해당한다.
▶ FTX와 알라메다리서치는 뱅크먼프리드라는 동일인의 지배 아래 있던 명백한 특수관계자였다.
문단 18 (특수관계자 거래의 공시)
특수관계자 거래가 있는 경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거래의 성격과 거래·약정을 포함한 채권·채무 잔액 등 정보를 특수관계의 성격과 함께 공시한다.
▶ 거래소↔운용사 간 대규모 자금이동은 마땅히 공시했어야 할 특수관계자 거래였으나, 알라메다 대표 캐럴라인 엘리슨이 상대에 따라 다른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여주며 은폐한 점이 회계부정의 핵심이다.
🔍 시사점
- 거래소·운용사 겸업의 구조적 위험 — 고객 자산을 보관하는 거래소가 그 자산을 굴리는 운용까지 같은 지배 아래 두면, 이해상충이 내부통제로 걸러지지 않는다. 한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예치금·가상자산의 분리보관을 법으로 못박아 이 겸업 통로 자체를 차단했다.
- ‘화면 속 잔고’와 실물 보유의 괴리 — FTX 이용자는 잔고를 자기 돈으로 믿었지만 실물은 이미 빠져나가 있었다. 제7조의 동종·동량 실질보유 의무와 콜드월렛(80%) 규제는 바로 이 괴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 회계상 통제권 판단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 — 감독지침은 계약 문언이 아니라 경제적 통제권의 실질로 자산·부채 인식을 판단하게 한다. 예외 코드로 고객 자산을 자유롭게 쓰던 FTX는 실질이 사업자 통제였고, 부외 처리는 재무제표 왜곡이었다.
- 특수관계자 거래 공시의 무게 — 동일인이 지배하는 거래소와 운용사 사이의 자금이동은 K-IFRS 1024상 명백한 특수관계자 거래다. 이를 감추고 상대별로 다른 재무제표를 제시한 것은 공시의무 위반이자 전형적 회계부정이다.
- 자체 발행 토큰의 자산성 착시 — 알라메다 자산 146억 달러 중 무담보 FTT 36.6억·FTT 담보 21.6억 달러로 약 40%가 관계사 발행 토큰에 묶여 있었다. 스스로 찍어낸 토큰을 담보·자산으로 계상하면 자기참조적 가치 순환이 만들어져, 가격이 흔들리는 순간(자오창펑의 매각 선언) 자산이 동시에 증발한다.
- 주석공시·외부감사의 방파제 역할 — 감독지침과 K-IFRS 제1001호 개정은 고객위탁 가상자산의 물량·시장가치, 보관·보호수준을 주석으로 공시하고 외부감사로 검증받게 한다.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구조를 드러내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 회수의 한계 — 파산재단이 벤처지분·가상자산을 처분해 채권자 대부분에게 원금+이자를 돌려주게 된 것은 이례적 성과지만, 기준시점이 시세 저점(2022.11)에 고정돼 이후 상승분에 대한 기회손실은 회복되지 않았다. 파산의 회복은 물리적 자산 확보와 별개로 시점 리스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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