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21일 | 머니투데이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표범』(1958)
💡 핵심 요약
상속세 과세 대상이 지난해 사망자의 6.2%까지 올라왔다. 주택분 종부세 과세 비율(2.24%)의 2.6배다. 세법이 강화된 것이 아니다.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최저 5억원이 1997년 이후 29년째 그대로인 사이 자산가격이 움직였다. 머니투데이가 의뢰한 시뮬레이션은 16억원 아파트 한 채를 자녀가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2억6772만원으로 계산했다. 이 숫자를 조문으로 되짚어 재계산해 보니 정확히 재현된다. 그리고 기사가 다루지 않은 조문이 하나 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71조는 최대 10년 분할납부를 허용한다.
- 과세 비율: 지난해 사망자 36만3389명(잠정) 중 상속세 과세 대상 2만2524명 = 6.2% / 2010년까지 1%대 → 2020년 3.34%, 2021년 4.01%, 2022년 4.23%, 2023년 5.66%, 2024년 5.91%
- 종부세와 비교: 2024년 주택분 종부세 과세 비율 2.24%(주택분 재산세 과세 대상 2033만2628건 중 종부세 과세 인원 45만5331명) / 종부세 과세 비율은 2022년 6.13%까지 올랐다가 기본공제 상향 후 2023년 2.07%로 하락 / 종부세 기본공제는 1주택자 9억 → 11억 → 12억원으로 올라왔고, 실거주 1주택자 14억원 상향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
- 서울: 지난해 서울 사망자 5만2592명(잠정) 중 과세 대상 8383명 = 15.94%, 약 6명 중 1명 / 2010년 4.12%에서 15년새 약 4배
- 공제액: 1997년 도입된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5억~30억원이 29년째 유지 / 같은 해 세율 구간도 개편됐고(1억 이하 10%~10억 초과 40%), 이후 30억 초과 50% 구간 신설을 빼면 틀이 그대로
- 시뮬레이션(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의뢰, 다른 금융재산·부채 없음 가정): 서울 성북구 길음동 16억원 실거래 아파트 / 배우자가 없을 때 자녀들의 상속세 2억6772만원 / 배우자가 상속받을 때(자녀 2명) 배우자의 상속세 6873만1429원
- 집값: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16억739만원 / 통계 작성 시작 시점인 2009년 5월 5억2104만원의 3.1배
- 개편 논의: 유산취득세 도입이 두 정부에서 추진됐으나 입법에 이르지 못했고, 2년 연속 세제개편안에 상속세 개편이 담기지 않았다 / 임광현 국세청장은 의원 시절 일괄공제 5억 → 8억, 배우자공제 5억 → 10억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일괄공제 :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일일이 계산한 합계액과 5억원 중 큰 금액을 공제받는 제도. 5억원은 별도의 공제 항목이 아니라 최소 보장선이다.
- 법정상속분 : 민법이 정한 상속인별 몫. 배우자는 자녀 몫의 1.5배여서, 자녀가 2명이면 배우자 몫은 7분의 3이다. 배우자공제 한도를 계산할 때 이 비율이 쓰인다.
- 연부연납 : 세금을 한 번에 내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내는 제도. 담보를 제공하고 관할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으면 상속세는 최대 10년까지 나눌 수 있다.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법조문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요건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상속세및증여세법 제21조 — 5억원은 공제 항목이 아니라 하한선이다
그리고 배우자가 혼자 받으면 적용되지 않는다
거주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 상속인이나 수유자는 제18조(기초공제)와 제20조 제1항(그 밖의 인적공제)에 따른 공제액을 합친 금액과 5억원 중 큰 금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신고가 없는 경우에는 5억원을 공제한다(제1항). 이를 적용할 때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 경우에는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친 금액으로만 공제한다(제2항).
👉 사건 연결: 흔히 “일괄공제 5억원”이라 부르지만 조문의 구조는 다르다.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더한 금액과 5억원을 비교해서 큰 쪽을 택하는 것이므로, 5억원은 바닥값이다. 그래서 자녀가 여럿이어도 인적공제 합계가 5억원에 못 미치면 결과는 5억원으로 같다. 이 바닥값이 29년째 고정돼 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그리고 제2항에는 실무상 함정이 있다.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으면 이 5억원 하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녀가 상속을 모두 포기해 배우자 혼자 받는 경우가 그렇다. 절세를 의도한 선택이 공제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 상속세및증여세법 제19조 — 배우자공제의 상한은 법정상속분이 정한다
16억원의 7분의 3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⑴ 상속재산 가액에 민법 제1009조에 따른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을 곱하여 계산한 한도금액과 ⑵ 30억원 중 작은 금액을 한도로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제1항). 이 공제는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의 다음날부터 9개월이 되는 날까지 배우자의 상속재산을 분할하고 그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적용한다(제2항).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없거나 5억원 미만이면 5억원을 공제한다(제4항).
👉 사건 연결: 기사의 두 시뮬레이션 결과가 네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유가 이 조문에 있다. 배우자가 있고 자녀가 2명이면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7분의 3이므로, 16억원에 대한 한도금액은 6억8571만원이다. 배우자가 아파트를 전부 상속받아도 공제는 이 한도에서 멈춘다. 그래도 일괄공제 5억원과 합쳐 약 11억8571만원이 빠지니, 배우자가 없을 때 5억원만 빠지는 것과는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제2항이다. 이 공제는 자동이 아니다. 기한 안에 실제로 분할하고 신고해야 받을 수 있다. 등기가 필요한 재산이면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3. 상속세및증여세법 제26조 — 공제가 고정되면 세율 구간도 올라간다
16억에서 5억을 빼면 40% 구간이다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다음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다. 1억원 이하는 과세표준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1천만원 + 1억원 초과액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9천만원 + 5억원 초과액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2억4천만원 + 10억원 초과액의 40%. 30억원 초과는 10억4천만원 + 30억원 초과액의 50%(제26조).
👉 사건 연결: 공제액이 고정되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과세 대상이 되는 사람이 늘고, 이미 대상인 사람의 세율 구간도 올라간다. 16억원에서 일괄공제 5억원만 빠지면 과세표준은 11억원이고, 이는 40% 구간이다. 1997년에 이 구간을 만들 때 10억원 초과는 드문 경우였다. 지금 서울 아파트 평균이 16억원이라면 평균적인 한 채가 최고 구간 바로 아래에 놓인다. 기사가 짚은 것은 공제액의 실질 축소인데, 조문을 보면 세율표의 실질 강화도 함께 진행된 셈이다.
4. 상속세및증여세법 제60조 — 상속세는 시가로 매긴다
공시가격과 다른 출발점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제1항).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제2항).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61조부터 제65조까지의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본다(제3항). 감정가격을 쓸 때에는 원칙적으로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해야 한다(제5항).
👉 사건 연결: 기사가 “상속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종부세와 달리 시가를 따진다”고 한 대목의 근거다. 이 차이가 두 세금의 체감을 갈라놓는다. 공시가격은 시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반면, 상속세는 실거래가에서 출발한다. 같은 집이라도 상속세 쪽 과세표준이 더 크게 잡히는 구조다. 다만 제3항이 있어서, 유사 거래가 없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단독주택 등은 기준시가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파트는 유사 매매사례가 풍부해 시가 산정이 쉽다는 점이, 아파트 보유 가구가 상속세 논의의 중심에 서는 이유 중 하나다.
5. 상속세및증여세법 제71조 — 집을 팔지 않아도 되는 길
담보를 제공하면 10년으로 나눈다
관할세무서장은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세의무자의 신청을 받아 연부연납을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납세의무자는 담보를 제공하여야 하며, 국세징수법이 정한 납세담보를 제공하여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신청일에 허가받은 것으로 본다(제1항). 연부연납 기간은 일반 상속재산의 경우 허가일부터 10년의 범위에서 신청한 기간으로 한다(가업상속 등은 최대 20년). 다만 각 회분의 분할납부 세액이 1천만원을 초과하도록 기간을 정해야 한다(제2항). 세액을 기한까지 내지 않거나 담보 보전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제4항).
👉 사건 연결: 기사에서 가장 강한 장면은 “2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낼 현금자산이 없다면 평생 살던 집을 떠나야 한다”는 대목이다. 조문을 보면 그 사이에 한 단계가 더 있다. 2억6772만원은 2천만원을 크게 넘으므로 연부연납 신청 대상이고, 10년으로 나누면 연 약 2677만원이다. 각 회분이 1천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제2항 요건도 충족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연부연납 가산금이 붙으며, 10년 동안 매년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상속받은 집 자체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 집에 근저당이 설정된다. 즉 집을 파는 것과 집을 담보로 10년을 버티는 것 사이의 선택이 된다.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팔고 떠나야 한다”가 유일한 결말은 아니다. 기사가 이 제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 시사점
- 기사의 시뮬레이션은 정확하다 : 조문으로 되짚어 재계산해 보니 두 숫자가 그대로 나온다.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는 법정상속분 한도 6억8571만원, 장례비 등 약 1천만원 공제,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하면 2억6772만원과 6873만원이 재현된다. 인용해도 되는 숫자다.
- 5억원은 항목이 아니라 바닥값이다 : 기초공제와 인적공제의 합계와 비교해 큰 쪽을 택하는 구조여서, 자녀 수를 늘려도 대개 결과는 5억원이다. 그리고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으면 이 바닥값이 적용되지 않는다.
- 배우자가 있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 같은 16억원 아파트인데 세액이 네 배 가까이 차이 난다. 배우자공제 한도가 법정상속분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공제는 기한 내 분할과 신고를 조건으로 하므로, 협의가 늦어지면 공제를 놓칠 수 있다.
- 고정된 공제는 두 번 작용한다 : 과세 대상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대상의 세율 구간을 밀어 올린다. 16억원에서 5억원만 빠지면 과세표준 11억원으로 40% 구간이다. 1997년 기준으로 설계된 구간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결과다.
- 시가 과세와 공시가격 과세는 출발점이 다르다 : 종부세와 상속세의 체감 차이는 세율보다 평가 기준에서 온다. 유사 매매사례가 많은 아파트일수록 시가 산정이 쉬워 과세표준이 곧바로 실거래가에 붙는다.
- 제도를 아는 것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 연부연납은 “집을 팔아야 한다”는 결말을 늦춰 준다. 그러나 담보와 가산금, 10년간의 현금 부담이 따른다. 공제액 현실화 논의와 별개로, 지금 당장 적용되는 제도를 정확히 아는 것이 납세자에게 먼저 필요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