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털어낸 한섬, ‘평가손실→환입’으로 증명한 진짜 턴어라운드

📅 2026.07.14 16:11 · 블로터 [유통·생활경제/커머스] (이진솔 기자) — 「한섬, ‘과년차 재고’ 정점 통과…환입 의존 줄이며 이익 반등」

💡 핵심 요약

한섬이 2026년 1분기 백화점 정상가 판매 비중 확대로 묵은 재고가 소화되면서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손실에서 환입으로 방향을 틀며 3년 만의 실적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 주목할 점은 영업이익 급증(전년 동기 대비 +67.7%)이 환입에 기댄 회계적 착시가 아니라는 것으로, 환입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135억원에서 30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며 영업 자체의 개선이 확인됐다. 다만 최근 2년간 2분기마다 100억원 안팎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반복돼온 만큼, 개선세의 지속성은 2분기 실적에서 검증대에 오른다.

  • 실적 지표 — 1분기 연결 매출 4,104억원(+7.9%), 영업이익 365억원(+67.7%), 영업이익률 8.9%(+3.2%p).
  • 재고자산 감소 전환 — 1분기 말 연결 재고자산 5,896억원(자산총계 1조7,194억원의 34.3%)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 재고 추이: 2023년 말 6,105억 → 2024년 말 6,243억(정점) → 2025년 말 6,201억 → 2026년 1Q 5,896억.
  • 환입 의존도 하락 — 1분기 평가손실환입 60억원으로 최근 3년 중 최소(2024년 72억·2025년 83억). 영업이익 중 환입 비중도 38%→16%로 축소. 연간 흐름도 2024년 54억원 평가손실 → 2025년 11억원 순환입으로 전환.
  • 충당금 설정률 정점 통과 — 상품 재고 대비 충당금 비율이 2023년 말 9.1% → 2024년 말 10.6%(정점) → 2026년 1Q 9.4%로 하락. 제품 재고는 6%대에 머물러 수입 상품이 저가법 부담의 진원지였음을 확인.
  • 과년차 재고 소진 — 1분기 전분기 대비 상품 재고 -3.5%, 제품 재고 -7.5%로 전사적 재고 슬림화. 매출원가 기준 재고자산회전일수는 최근 4개 분기 332일로 여전히 긴 편이나 개선 조짐.
  • 현금흐름 개선 —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527억원(전년 275억원의 약 2배), 유동차입금 250억→18억원으로 사실상 순현금 구조 진입.

📖 알아두면 좋은 용어

저가법(低價法) — 재고자산을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NRV)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보고하는 방법. 판매가 하락 등으로 재고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보다 작아지면 그 차액을 평가손실로 선반영해 자산을 감액한다. K-IFRS는 이를 강제 규정으로 두고 있다.

순실현가능가치(NRV, Net Realisable Value) — 통상적인 영업과정의 예상 판매가격에서 완성에 필요한 추가원가와 판매비용을 차감한 금액. 시장 전체의 교환가치인 공정가치와 달리 해당 기업 고유의 실현 예상액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매 후속기간에 재평가한다.

재고자산평가손실환입 — 과거 저가법으로 감액했던 재고의 순실현가능가치가 다시 상승했을 때, 최초 장부금액을 한도로 평가손실을 되돌리는 회계처리. 환입액은 환입이 발생한 기간의 매출원가에서 차감되어 매출총이익을 끌어올린다. 한섬의 정상가 판매율 상승이 이 환입을 유발한 구조다.

과년차(過年次) 재고 — 시즌이 지나 정상가 판매가 어려워진 이월 재고. 통상 시즌 종료 시점에 NRV가 급락해 평가손실을 유발한다. 한섬의 2022~2023년 수입 브랜드 도입(아워레거시·가브리엘라 허스트·토템·베로니카 비어드·아스페시·무스너클 등) 이후 누적된 과년차 재고가 2024~2025년 평가손실의 원천이었다.

📚 관련 기준 본문

K-IFRS 제1002호 「재고자산」

문단 6 — 순실현가능가치의 정의

순실현가능가치는 통상적인 영업과정의 예상 판매가격에서 예상되는 추가 완성원가와 판매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한섬의 시즌 지난 의류는 정상가 판매가 어려워지면 처분 예상가 수준으로 NRV가 하락하고, 그 하락분이 평가손실로 잡힌다. 반대로 정상가 판매율이 오르면 NRV가 회복되면서 환입 여지가 생긴다. 기사의 ‘재고 회수 가능 가치 상승’이 바로 이 NRV 개념이다.

문단 9 — 저가법 측정 원칙

재고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한다.

패션기업의 재고 부담이 손익에 직접 반영되는 이유가 이 강제 규정에 있다. 수입 브랜드 재고의 NRV가 취득원가를 밑돌면 그 차액만큼 평가충당금을 쌓아야 하며, 한섬의 상품 재고 충당금률이 제품(6%대)보다 높은 10%대까지 오른 것도 저가법의 결과다.

문단 33 — 평가손실의 환입

매 후속기간에 순실현가능가치를 재평가한다. 재고자산의 감액을 초래했던 상황이 해소되거나 경제상황의 변동으로 순실현가능가치가 상승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최초의 장부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가손실을 환입한다. 그 결과 새로운 장부금액은 취득원가와 수정된 순실현가능가치 중 작은 금액이 된다.

환입은 무한정 가능한 것이 아니라 ‘최초 장부금액’이 상한이다. 즉 이미 팔려나가 소진된 재고에서는 환입이 나올 수 없고, 보유 중인 재고의 판매가격이 실제로 회복돼야 환입이 인식된다. 한섬의 60억원 환입이 정상가 판매율 상승과 맞물려 발생한 것은 이 ‘명백한 증거’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단 34 — 비용 인식과 환입의 매출원가 차감

재고자산을 순실현가능가치로 감액한 평가손실과 모든 감모손실은 감액이나 감모가 발생한 기간에 비용으로 인식한다. 재고자산의 순실현가능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평가손실의 환입은 환입이 발생한 기간의 매출원가에서 차감한다.

여기서 ‘착시’의 회계적 근거가 드러난다. 평가손실은 발생 기간에 비용(매출원가 가산)으로, 환입은 발생 기간에 매출원가 차감으로 처리되므로, 환입이 크면 그만큼 매출총이익률이 인위적으로 올라간다. 기사가 ‘환입을 제외한 영업이익(135억→305억)’을 별도로 계산한 것은 이 매출원가 차감 효과를 걷어내고 영업의 본질적 개선을 측정하려는 시도다.

🗣️ 애널리스트 코멘트(원문 인용)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 — “일부 2~3년차 수입 브랜드 과년차 재고 소진 영향 상존하나, 정상가 판매 비중 확대고마진 자체 브랜드 매출 성장에 힘입어 수익성은 전년 대비 큰 폭 개선될 전망.”

증권가는 한섬의 2분기 영업이익을 108억~124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낮은 기저(2025년 2분기 영업이익 7억원)를 감안하면 네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되지만, 환입 효과가 옅어진 뒤에도 정상가 판매 중심의 개선세가 유지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섬은 자사 편집샵을 통한 선시장 테스트를 거쳐 수입 브랜드를 선별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 시사점

  1. 이익의 ‘질’ 판별이 핵심 — 재고자산 평가손실환입은 문단 34에 따라 매출원가를 직접 차감하므로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착시를 낳을 수 있다. 환입 비중(38%→16%)과 ‘환입 제외 영업이익(135→305억)’을 함께 보는 것이 실적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정석이다.
  2. 충당금 설정률은 재고 질(質)의 선행지표 — 상품 재고 충당금률이 9.1%(2023 말)→10.6%(2024 말 정점)→9.4%(2026 1Q)로 정점을 통과했다. 절대 재고금액보다 충당금률의 방향성이 저가법 부담의 정점 통과 여부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 제품 재고 충당금률이 6%대에 머문 것과 대비하면 수입 상품이 저가법 부담의 진원지였음이 계량적으로 확인된다.
  3. 환입에는 ‘최초 장부금액’ 상한이 있다 — 문단 33에 따라 이미 소진된 재고에서는 환입이 나올 수 없고 보유 재고의 가격 회복이 전제다. 따라서 환입은 재고를 실제로 정상가에 팔아낸 결과이지 회계 조작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4. ‘2분기 평가손실 사이클’이 실질 검증대 — 봄여름 시즌 종료 시점(2분기)에 미판매 재고의 NRV 하락이 집중 반영되는 구조상, 최근 2년간 2024년 2분기 116억·2025년 2분기 103억이던 평가손실이 얼마나 축소되는지가 과년차 재고 소진의 진위를 가른다. 2025년 2분기 영업이익 7억원이라는 낮은 기저는 이 손실이 만든 결과다.
  5. 재고 감소는 현금흐름으로 교차검증 가능 —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75억→527억으로 급증한 것은 재고가 손익뿐 아니라 실제 현금으로 소화됐음을 뒷받침한다. 평가손실환입(비현금 회계처리)과 현금흐름 개선(실물 소진)이 동시에 나타나야 개선의 신뢰도가 높다. 유동차입금이 250억→18억으로 급감해 사실상 순현금 구조에 진입한 것도 재고 소진 → 현금 유입 경로의 결과다.
  6. 상품 vs 제품 재고 감소율의 차이 — 1분기 전분기 대비 상품 재고 -3.5% 대비 제품 재고 -7.5%로 제품 재고가 더 가파르게 감소했다. 상품(수입 브랜드)이 과년차 재고 부담의 진원지였음에도 자체 제품(고마진 브랜드)의 회전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은,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이 지적한 “고마진 자체 브랜드 매출 성장” 코멘트와 정합적이다.
  7. 공격적 확장의 회계적 청구서 — 2022년 아워레거시·가브리엘라 허스트, 2023년 토템·베로니카 비어드·아스페시·무스너클 등 수입 브랜드 확대로 상품 재고가 2022년 말 1,242억→2023년 말 1,637억(+31.9%)으로 급증한 것이 이후 저가법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은 초기 재고 리스크와 저가법 손실 가능성을 함께 계량해 평가해야 한다. 이후 자사 편집샵 선시장 테스트 기반 선별 도입 방식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은 이 학습의 결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