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폐 기준 300억으로 상향…부실기업 솎아내고 ‘코넥스 퇴로’ 연다

📅 2026년 9월 23일 | 쿠키뉴스

“시간은 훌륭한 사업의 친구이고, 평범한 사업의 적이다.”

—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1989)

💡 핵심 요약

금융당국이 코스닥 퇴출 기준을 조이면서 동시에 완충장치를 놓고 있다. 시총 300억원 기준은 6개월 미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기준이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뒤 5년이 지난 기업 132곳 중 3년 연속 영업흑자는 16곳(12.1%)뿐이다. 그렇다고 적자가 곧 실패는 아니다. 회계기준이 연구 단계 지출을 발생 즉시 비용으로 처리하라고 정해 두었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는 제도적으로 적자가 나도록 설계돼 있다. 성장기업과 부실기업을 가를 단서는 영업이익 한 줄이 아니라 주석 다섯 곳에 있다.

  • 퇴출 기준 강화(2026년 2월 발표): 시총 기준 150억원 → 200억원(2026년 7월), 이후 300억원으로 재상향 /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신규 포함 /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과 공시위반 기준 강화 / 상장폐지 절차도 단축
  • 완충장치: 300억원 상향 시점을 2027년 1월 → 7월로 6개월 연기 /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은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되더라도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 이전상장 가능
  • 배경: 코스닥이 진입에 비해 퇴출이 적은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라는 판단
  • 기술특례 상장 현황(거래소, 2005년 도입~2026년 9월 22일): 누적 301곳 상장, 그중 상장폐지 5곳 / 상장 후 5년 이상 경과 137곳(상폐 포함), 현재 상장 중 132곳
  • 132곳의 영업흑자 실적: 2025년 흑자 28곳(21.2%) / 2024~2025년 2년 연속 22곳(16.7%) / 2023~2025년 3년 연속 16곳(12.1%)
  • 유예 제도: 기술성장기업은 상장일이 속한 사업연도를 포함해 5개 사업연도 동안 매출액 관련 퇴출 기준 적용을 유예받는다
  •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 유바이오로직스(2017년 상장, 2015년 매출 16억·영업손실 27억 → 2025년 매출 1492억원, 전년 대비 +55.35%, 다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이 매출의 97.3%) / 파크시스템스(2015년 예심 당시 매출 153억·법인세차감전손실 7억4900만원 → 2025년 매출 2056억원, 영업이익 422억원) / 알테오젠(2014년 상장, 2025년 매출 2159억원, 영업이익 1069억원)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기술특례상장 : 일반기업에 요구되는 수익성 요건 등을 완화하는 대신 기술성과 성장성을 평가해 코스닥 진입 기회를 주는 제도. 2005년 도입됐다.
  • 연구단계와 개발단계 : 회계기준은 무형자산 창출 과정을 둘로 나눈다. 연구단계 지출은 무조건 비용이고, 개발단계 지출은 여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자산으로 올릴 수 있다.
  • 접근권과 사용권 : 기술을 라이선스로 넘길 때, 넘긴 뒤에도 기업이 그 기술에 계속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면 접근권으로 보아 기간에 걸쳐 수익을 인식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용권으로 보아 한 시점에 인식한다.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기준서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요건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K-IFRS 제1038호 문단 54·57 — 적자는 설계된 결과다

연구는 무조건 비용, 개발은 여섯 관문

연구(또는 내부 프로젝트의 연구단계)에서 발생하는 무형자산을 인식하지 않는다. 연구에 대한 지출은 발생시점에 비용으로 인식한다(문단 54). 개발활동에서 발생한 무형자산은 다음을 모두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인식한다. ⑴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⑵ 완성하여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⑶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능력, ⑷ 미래경제적효익을 창출하는 방법(특히 시장의 존재나 내부 사용 시 유용성), ⑸ 개발 완료와 판매·사용에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자원의 입수가능성, ⑹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문단 57).

👉 사건 연결: 기사가 “영업흑자 여부만으로 성패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 말에는 회계적 근거가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임상에 쓰는 돈은 대부분 문단 54의 연구 지출로 분류되어 쓰는 즉시 비용이 된다. 여섯 요건 가운데 ⑴ 기술적 실현가능성 하나만 걸려도 자산으로 올릴 수 없다.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실현가능성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미래 가치를 만드는 지출이 당기 손익을 깎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132곳 중 3년 연속 흑자가 16곳뿐이라는 숫자는 경영 실패의 집계라기보다 회계기준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함께 담고 있다. 출처: 회계위키 제1038호 문단 57.

2. K-IFRS 제1038호 문단 126 — 얼마를 잃었나보다 얼마를 썼나

주석에 반드시 적히는 한 줄

당기에 비용으로 인식한 연구와 개발 지출의 총액을 공시한다(문단 126).

👉 사건 연결: 한 문장짜리 조항이지만 이 기사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도구다. 영업손실 100억원이 났다고 할 때, 그 안에 연구개발 지출이 90억원이라면 손실의 성격은 탕진이 아니라 투입에 가깝다. 반대로 영업손실은 비슷한데 연구개발 지출이 5억원뿐이라면, 그 회사는 기술을 개발하느라 적자인 것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가 말한 “기술의 사업화 정도”를 재무제표에서 재는 첫 번째 자리가 여기다. 손실의 크기가 아니라 손실의 구성을 봐야 한다. 출처: 회계위키 제1038호 문단 126.

3. K-IFRS 제1036호 문단 10 — 자산으로 올렸다면 매년 검사받는다

아직 사용할 수 없는 무형자산

다음의 경우에는 손상 징후가 있는지에 관계없이 회수가능액과 장부금액을 비교하여 손상검사를 한다. ⑴ 내용연수가 비한정인 무형자산이나 아직 사용할 수 없는 무형자산은 일 년에 한 번은 손상검사를 한다. … 다만 해당 회계연도 중에 이러한 무형자산을 처음 인식한 경우에는 해당 회계연도 말 전에 손상검사를 한다(문단 10).

👉 사건 연결: 개발비를 자산으로 올린 기업에는 반대 방향의 검증 장치가 붙는다. 아직 제품이 되지 못한 개발비는 ‘아직 사용할 수 없는 무형자산‘이므로 징후가 없어도 매년 손상검사를 받아야 한다. 즉 자산화는 영업이익을 지켜 주는 대신 해마다 회수가능액을 증명할 의무를 남긴다. 그래서 개발비 자산화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석을 볼 때는 두 가지를 같이 확인해야 한다. 자산으로 올린 금액이 얼마나 쌓였는지, 그리고 손상차손이 매년 얼마씩 인식되는지. 쌓이기만 하고 손상도 사업화도 없는 개발비는 그 자체로 신호다. 출처: 회계위키 제1036호 문단 10.

4. K-IFRS 제1115호 문단 B58·B63 — 기술수출 매출의 성격

한 번 받는 돈인가, 계속 받는 돈인가

다음을 모두 충족하면 라이선스는 지적재산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⑴ 고객이 권리를 갖는 지적재산에 유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기업이 할 것을 계약에서 요구하거나 고객이 합리적으로 예상한다, ⑵ 라이선스로 부여한 권리 때문에 고객이 그 활동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직접 노출된다, ⑶ 그 활동이 재화나 용역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문단 B58). 한편 지적재산 라이선스의 대가로 약속된 판매기준 로열티나 사용기준 로열티의 수익은 ⑴ 후속 판매나 사용, ⑵ 관련 수행의무의 이행 중 나중의 사건이 일어날 때 인식한다(문단 B63).

👉 사건 연결: 기술수출로 실적이 뒤바뀐 회사를 읽을 때 필요한 조문이다. 기사에 나온 알테오젠의 2025년 매출 2159억원에 영업이익 1069억원은 영업이익률 약 49%다. 제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치이고, 라이선스 수익의 원가 구조가 그렇게 만든다. 여기서 갈라지는 질문이 있다. 그 수익이 계약 시점에 한 번 잡히는 사용권 대가·선급금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제품을 팔 때마다 들어오는 판매기준 로열티인지다. 문단 B63에 따르면 로열티는 후속 판매가 일어날 때 인식되므로, 그 매출은 다음 해에도 반복될 성질을 갖는다. 같은 금액의 매출이라도 반복성이 다르면 기업의 미래가 다르다. 출처: 회계위키 제1115호 문단 B63.

5. K-IFRS 제1108호 문단 34 — 고객 기반은 숫자로 나온다

단일 고객이 10%를 넘으면 적어야 한다

주요 고객에 대한 의존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단일 외부고객으로부터의 수익이 기업전체 수익의 10% 이상인 경우에는 그 사실, 해당 고객별 수익금액, 그 수익금액이 보고되는 부문의 명칭을 공시한다. 다만 주요 고객의 신원은 공시할 필요가 없다. 동일 지배력하에 있는 기업들은 단일고객으로 간주하며, 정부(중앙·지방정부, 국제기구인 정부, 정부기관 포함)와 그 지배하의 기업들을 단일고객으로 볼 것인지는 판단이 필요하다(문단 34).

👉 사건 연결: 업계 관계자가 꼽은 “매출과 고객 기반 확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이 조항이다. 기사는 유바이오로직스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이 매출의 97.3%를 차지하고 국제 공공조달 수요에 의존한다는 점을 과제로 지적했다. 그 의존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드러나는지가 문단 34에 적혀 있다. 매출이 커졌다는 사실과 고객 기반이 넓어졌다는 사실은 다른 사실이고, 주석의 주요 고객 정보는 그 둘을 분리해 준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공조달이 많은 기업이라면 문단 34 후단의 정부·국제기구를 단일고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까지 확인할 만하다. 출처: 회계위키 제1108호 문단 34.

🔍 시사점

  1. 기술기업의 적자에는 제도적 몫이 있다 : 연구 지출은 발생 즉시 비용이다. 개발단계로 넘어가도 여섯 요건을 전부 충족해야 자산이 된다. 임상 단계 기업이 흑자를 내기 어려운 데는 경영 이전에 회계기준의 설계가 작용한다. 3년 연속 흑자 12.1%라는 숫자를 실패율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2. 손실의 크기가 아니라 구성을 보라 : 제1038호 문단 126은 당기 비용으로 인식한 연구개발 지출 총액을 주석에 적게 한다. 영업손실 대비 이 금액의 비중이 성장기업과 부실기업을 가르는 가장 값싼 첫 번째 필터다.
  3. 자산화는 면죄부가 아니라 숙제다 : 개발비를 자산으로 올리면 당기 손익은 지켜지지만, 아직 사용할 수 없는 무형자산은 매년 손상검사를 받는다. 자산은 쌓이는데 손상도 매출도 없는 상태가 여러 해 이어진다면, 회계가 이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4. 같은 매출이라도 반복성이 다르다 : 기술수출 대가가 한 번 받는 선급금인지 판매기준 로열티인지에 따라 다음 해 실적이 갈린다. 사업화 성공을 판정하려면 매출액보다 그 매출의 성질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5. 매출 증가와 고객 기반 확대는 다른 사실이다 : 단일 제품이 매출의 97%를 차지한다면 성장의 크기와 별개로 취약성이 남는다. 제1108호 문단 34의 주요 고객 정보가 그 취약성을 숫자로 보여 준다.
  6. 유예는 두 번 끝난다 : 매출액 요건 유예는 상장일이 속한 사업연도를 포함해 5개 사업연도로 끝난다. 그런데 유예가 풀리는 동안 기준선 자체도 올라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과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 동시에 닥친다. 완충장치를 설계할 때 실제로 계산해야 하는 것은 이 겹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