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신청 기업 10곳 중 4곳 인가문턱 탈락… 재기 막는 ‘6.5% 할인율’의 덫

📅 2026년 8월 5일 | 헤럴드경제 (안효정·박지영 기자, [회생의 조건 ②])

💡 핵심 요약

법원 회생절차에서 조사위원(회계법인)이 산정하는 계속기업가치가 획일적 잣대로 이뤄져 재기 가능한 기업까지 청산으로 내모는 ‘함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회생개시된 7255건 중 2890건(약 40%)이 회생계획안 인가에 이르지 못했는데, DCF 할인율의 위험프리미엄 범위(2.5~6.5%)에서 조사위원이 책임·시비를 피하려 최고치 6.5%를 일률 적용하는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할인율이 높으면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급락해 반등 가능한 기업조차 저평가되며, M&A형 회생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산정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고 미국 챕터11처럼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통계: 2016~2026.6 회생개시 7255건 중 회생계획안 미인가 2890건(약 40%, 10곳 중 4곳 탈락) /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법사위) 통해 확보한 대법원 자료
  • 절차: 회생개시 → 회계법인 조사위원 선임 → 조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가치 vs 청산가치 비교 → 존속·매각·청산 방향 결정
  • 쟁점: DCF 할인율의 위험프리미엄 범위 2.5~6.5% 중 보수적 관행으로 최고치 6.5% 일률 적용 → 낮추려면 명확·객관적 근거 입증 부담
  • 부작용: 반등 가능 기업도 과도 저평가(예: 쌍용차 2021년 2차 회생 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수천억 상회 → 인가 전 M&A로 생존) / 자금력 없는 중소·중견기업엔 사실상 사형선고 / 변별력 무력화 / 조사 수수료 수천만~억 단위 부담
  • 대안·반론: 청산보장 원칙만 충족하면 되는 M&A형 회생에 장기 추정치 무용론 / 미국 챕터11—사전 일률 산정 없이 채무자·채권자 가치평가 공방 후 법원 결정 / (반론) 시장 위험프리미엄 최소치가 이미 6%대라 6.5%가 과도치 않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계속기업가치 vs 청산가치 :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이 영업을 계속한다고 가정한 가치, 청산가치는 사업을 멈추고 자산을 즉시 처분·분배할 때의 가치. 회생절차에서는 둘을 비교해 존속(회생)과 청산의 방향을 정한다.
  • 위험프리미엄 : DCF 할인율을 구성하는 요소로, 기업의 위험 수준을 반영해 무위험이자율에 얹는 가산율. 높을수록 할인율이 커져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낮아진다.
  • 청산보장의 원칙 : 회생계획으로 채권자가 받는 금액이 청산했을 때 받을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는 원칙. M&A형 회생에서는 매각대금이 청산가치를 넘으면 회생 목적이 달성된다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

📚 관련 기준 본문

1. 채무자회생법 제87조·제90조~제92조 · 제243조 — 조사위원과 청산가치 보장

조사위원의 가치 조사와 회생계획 인가요건

법원은 회생절차에서 조사위원을 선임하여(제87조) 채무자의 재산·영업상태와 청산가치 및 계속기업가치 등을 조사·평가하게 할 수 있다(제90조~제92조). 회생계획은 채권자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는 금액이 청산 시 배당받을 금액보다 적지 않을 것(청산가치 보장)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인가된다(제243조).

👉 사건 연결: 계속기업가치·청산가치 비교는 조사위원의 법정 임무이며, 청산가치 보장은 인가의 핵심 요건이다. 문제는 법이 ‘비교’를 요구할 뿐 특정 할인율을 강제하지 않는데도, 실무 관행이 위험프리미엄 최고치를 일률 적용해 계속기업가치를 낮게 산출한다는 점이다. 제도 취지(재기 가능 기업 선별)와 운용 관행의 괴리가 이 기사의 핵심이다.

2. K-IFRS 제1113호 · 평가 실무 — DCF와 할인율

현재가치기법과 위험 반영

현재가치기법(DCF)은 미래현금흐름을 할인율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를 산정하는 이익접근법이다. 할인율에는 화폐의 시간가치와 함께 현금흐름에 내재된 불확실성(위험)이 반영되어야 하며, 위험이 클수록 할인율이 높아져 현재가치는 낮아진다.

👉 사건 연결: 할인율은 본래 개별 기업의 실제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회생기업에 6.5%를 일률 적용하면, 위험이 서로 다른 기업이 같은 잣대에 갇혀 변별력이 사라진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현재가치가 급락하는 DCF의 구조상, 일률적 고할인율은 반등 가능한 기업을 체계적으로 저평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3. 회계감사기준서(KSA) 540 — 회계추정치(가치평가)의 합리성(유추)

추정에 개입되는 판단과 편의

가치평가 등 회계추정치는 측정불확실성을 수반하며, 사용된 가정·투입변수의 적절성과 평가자 판단에 편의(bias)의 징후가 있는지를 평가하여야 한다. 추정은 합리적이고 뒷받침될 수 있는 정보에 기초하여야 한다.

👉 사건 연결: 조사위원의 계속기업가치 산정은 재무제표 감사가 아니라 법원 위임 조사이므로 KSA 540이 직접 적용되진 않지만, ‘추정에 개입되는 판단과 편의’라는 원리는 그대로 유추된다. 조사위원이 후속 책임·시비를 피하려 안전하게 최고 할인율을 택하는 것은 보수 편의(conservative bias)가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다. 합리적 추정이라면 개별 기업의 실제 위험을 반영해야 하나, 입증 부담과 책임 회피 유인이 그 합리성을 왜곡한다.

🔍 시사점

  1. 할인율 하나가 생사를 가른다 : DCF는 할인율이 오르면 현재가치가 급락하는 구조다. 위험프리미엄 최고치의 일률 적용은 반등 가능한 기업까지 계속기업가치를 청산가치 아래로 끌어내려 청산으로 내몬다.
  2. 보수 편의의 구조화 : 낮은 할인율을 쓰려면 객관적 근거 입증이 까다롭고, 사후 책임·시비 위험이 있어 조사위원은 안전하게 최고치를 택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유인 구조가 만든 관행이다.
  3. 변별력의 역설 : 상한이 6.5%로 묶여 있어, 정말 위험한 기업조차 그 이상의 할인율을 못 받는다. 결국 위험이 다른 기업들이 같은 수치에 갇혀 평가의 변별 기능 자체가 무력화된다.
  4. 중소기업에 더 가혹 : 사회적 관심이 큰 대기업은 인가 전 M&A 등으로 활로를 찾지만(쌍용차 사례), 자금력 없는 중소·중견기업은 저평가가 곧 파산으로 직결된다. 획일적 잣대의 부담이 약자에게 집중된다.
  5. M&A형 회생과의 괴리 : 매각대금이 청산가치를 넘으면 되는 M&A형 회생에서는 10년치 장기 추정이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 청산보장 원칙 충족을 중심으로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6. 유연성의 해외 모델(과 반론) : 미국 챕터11은 사전 일률 산정 대신 당사자 공방과 법원 판단에 맡긴다. 다만 ‘시장 위험프리미엄 최소치가 이미 6%대라 6.5%가 과도치 않다’는 반론도 있어, 상한 자체보다 일률 적용 관행의 개선이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