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10일 | 내일신문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다.”
— 서양 속담
💡 핵심 요약
2017년 외부감사법에 도입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사립대(2021)·공익법인(2022)을 거쳐 농협(올해)까지 4개 법률에 차례로 반영되는 데 9년이 걸렸는데, 검증된 회계제도를 다른 영역에 적용하려면 부처별 개별법을 각각 개정해야 하는 ‘칸막이’ 구조가 회계개혁 속도를 늦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유사한 상호금융업인데도 신협은 매년·수협은 2년마다 외부감사를 받는 등 근거법·주무부처(금융위·행안부·농식품부·해수부·산림청)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이고, 사회복지법인은 공익법인 회계기준(복식부기·발생주의)과 사회복지사업법 규칙(단식부기·현금주의)을 이중 적용받는 충돌까지 발생한다. 한국투자자포럼 토론회에서는 분절된 회계제도를 연결하는 공통 규범으로 회계기본법을 제정하되, 단순히 외부감사 대상을 넓히는 데 그치지 말고 서로 다른 회계정보를 비교·결합·재사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확산 속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2017 기업(외감법)→2021 사립대→2022 공익법인→2026 농협, 4개 법률에 9년 걸쳐 확산 / 농협 외부감사 강화는 2015 법안소위 통과 후 시행까지 11년
- 칸막이 구조: 검증된 제도도 부처별 개별법 각각 개정 필요 → 확산 지연 / 농협: 자산 1조+ 조합(151곳)에 4년 자유선임+2년 지정 도입, 자산별 감사주기 단축(9/11 시행)
- 제각각 규율: 유사 상호금융인데 신협 매년·새마을금고·농협 자산별·수협·산림조합 2년 / 주무부처 다 다름(금융위·행안부·농식품부·해수부·산림청)
- 회계 충돌: 사회복지법인은 공익법인 기준(복식부기·발생주의) + 사회복지사업법(단식부기·현금주의) 이중 적용 → 같은 거래 이중 작성 부담 / 8개 영역 중 감리체계 갖춘 곳은 4개뿐(사회복지·상호금융·공동주택·집합건물은 감리 사각)
- 회계기본법 방향: 박찬대 전 의원·최은석 의원안 국회 계류(의결 전) / 박성진 연세대 교수 “감사 확대가 아니라 회계정보 연결·비교가능성이 목적 / 자산·부채·성과·원가 공통개념 마련, 공동사업은 사업 단위로 재원·원가·성과 연결 보고” 제안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 일정 기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뒤, 이후 몇 개 사업연도는 정부 등이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받도록 하는 제도. 기업·감사인 유착을 끊어 감사 독립성과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
- 복식부기·발생주의 vs 단식부기·현금주의 : 복식부기·발생주의는 거래를 양변으로 기록하고 현금 이동과 무관하게 사건 발생 시점에 인식하는 방식(기업회계 표준), 단식부기·현금주의는 현금 수입·지출만 단순 기록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이 섞이면 같은 거래도 다르게 처리된다.
- 회계기본법 : 부처별로 흩어진 개별 회계제도를 아우르는 공통 규범으로 제안되는 법. 회계기준·감사·공시·감독의 공통 틀을 두어 제도 간 정합성과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법조문 원문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제도 내용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외부감사법 제11조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취지
독립성 제고와 유착 차단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회사가 일정 기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뒤, 이후 정해진 기간에는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받도록 하는 제도다(외부감사법 제11조, 상장사 6+3). 감사인과 피감사 기업의 장기 유착을 끊어 감사 독립성과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 사건 연결: 앞서 다룬 상장사 감사인 지정제(6+3 구조)의 기본 취지와 같다. 이 검증된 제도가 효과를 인정받아 사립대·공익법인·농협으로 번지고 있다. 농협의 경우 자산 1조원 이상 조합에 ‘4년 자유선임+2년 지정’이 도입됐다. 좋은 제도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나, 그 확산이 왜 이렇게 더딘가가 이 기사의 문제의식이다.
2. 부처별 개별법 구조 — 확산의 칸막이
영역마다 다른 근거법과 주무부처
회계·외부감사 규율이 외부감사법·사립학교법·상증세법·농협법 등 영역별 개별법에 흩어져 있어, 하나의 제도를 다른 영역에 적용하려면 각 법률을 개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근거법과 주무부처가 다르면 같은 업종이라도 규율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 사건 연결: 9년·11년이 걸린 근본 원인이다. 감사인 지정제라는 검증된 제도를 사립대·공익법인·농협에 적용할 때마다 각각의 개별법을 따로 개정해야 했다. 그 결과 유사한 상호금융업인데도 신협(금융위)은 매년, 수협(해수부)은 2년마다 감사받는 식으로 규율이 제각각이다. 제도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어느 부처 소관이냐’가 규율을 가르는 구조적 비효율이 드러난다.
3. 회계처리 방식의 충돌 — 이중 회계
복식·발생주의와 단식·현금주의의 병존
동일 기관이 서로 다른 법령의 회계기준을 함께 적용받으면, 같은 거래를 두 방식으로 이중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특히 복식부기·발생주의와 단식부기·현금주의가 병존하면, 산출되는 회계정보가 달라 비교·활용이 어려워진다.
👉 사건 연결: 분절의 폐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사회복지법인은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회계기준(복식부기·발생주의)과 사회복지사업법 재무·회계 규칙(단식부기·현금주의)을 동시에 적용받아, 같은 거래를 두 번 다르게 기록해야 한다. 이는 현장의 실무 부담일 뿐 아니라, 두 장부가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려 회계정보의 신뢰성·비교가능성을 훼손한다. 부처별 칸막이가 회계처리 방식의 충돌로까지 번진 것이다.
4. 감리 체계와 회계기본법 — 사각지대와 정보 연결
감리 공백과 공통 규범의 필요
외부감사를 받더라도 재무제표·감사업무의 적정성을 사후 점검하는 감리 체계가 없으면, 부실감사가 의심돼도 재검증·제재가 어렵다. 분절된 제도를 잇는 공통 규범은 단순한 감사 확대를 넘어, 서로 다른 회계정보를 비교·결합·재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 사건 연결: 회계기본법 논의의 핵심이다. 8개 영역 중 회계기준·감사·공시·감리를 모두 갖춘 곳은 4개뿐이고, 사회복지법인·상호금융·공동주택·집합건물은 감리 사각지대다. 특히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매년 감사받지만 부실감사를 재검증할 감리가 미흡하다. 박성진 교수는 회계기본법을 감사 범위를 넓히는 법이 아니라 ‘회계정보를 연결하는 공통 기반’으로 설계해, 자산·부채·성과·원가의 공통개념을 마련하고 공동사업은 사업 단위로 연결 보고하자고 제안했다. 감독당국의 감리 확대(앞서 다룬 금감원 감리조직 확대)와 함께, 규범 자체의 정합성을 높이려는 접근이다.
🔍 시사점
- 좋은 제도도 확산이 더디다 : 감사인 지정제라는 검증된 제도가 4개 영역에 퍼지는 데 9년이 걸렸다. 제도의 효용이 입증돼도 부처별 개별법을 각각 고쳐야 하는 구조가 회계개혁의 속도를 붙잡는다.
- 부처가 규율을 가른다 : 유사한 상호금융업인데도 신협은 매년, 수협은 2년마다 감사받는다. 제도의 합리성이 아니라 ‘어느 부처 소관이냐’가 규율을 결정하는 칸막이 비효율이 드러난다.
- 이중 회계라는 폐해 : 사회복지법인은 복식·발생주의와 단식·현금주의를 동시에 적용받아 같은 거래를 두 번 기록한다. 실무 부담을 넘어, 두 장부가 다른 그림을 그려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훼손한다.
- 감리 사각지대 : 감사를 받아도 이를 재검증할 감리가 없으면 부실감사를 걸러낼 수 없다. 8개 영역 중 절반이 감리 사각으로, 매년 감사받는 공동주택조차 재검증 체계가 미흡하다.
- 감사 확대가 아니라 정보 연결 : 회계기본법의 방향은 단순히 외부감사 대상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회계정보를 비교·결합·재사용할 공통 기반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 규범의 정합성이 과제 : 감독당국의 감리 확대가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회계기본법은 ‘규범 자체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다. 분절된 제도를 잇는 공통 규범이 회계 투명성의 다음 과제로 부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