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7.16 13:00 · 더퍼블릭 [SOCIETY·사회일반] (유수진 기자) — 「중앙그룹 채권 논란 새 국면…신종자본증권 공시 공방에 형사고발 예고」
💡 핵심 요약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 투자 피해자를 대리하는 공동변호인단이 금융감독원 검사 요청에 이어 형사 절차까지 예고하면서 중앙그룹 회생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변호인단은 JTBC의 2025년 말 연결 자본총계 190억원 가운데 자본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을 걷어내면 마이너스 1,354억원이 되어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JTBC 측은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신종자본대출 실행 과정에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상황을 적절히 공시했고, 관련 절차 역시 자본시장법을 준수해 진행했다”는 입장이어서, 회계기준 준수와 투자자 인식 사이의 간극 자체가 쟁점이 됐다.
- 변호인단 주장: JTBC 2025년 말 연결 자본총계 190억원 →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 제외 시 △1,354억원
- 2025년 9월 신종자본증권 400억원 발행이 없었다면 재무제표상 완전자본잠식이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라는 주장
- 2026년 2월 회사채 930억원 발행 → 이 중 330억원을 100% 자회사 스튜디오중앙에 대여
- 2026년 6월 12일 206억원 회사채 원리금 미상환(디폴트) → JTBC·중앙홀딩스 등 계열사 5곳 기업회생 신청, 중앙일보는 CP 최종 부도 후 워크아웃 개시
- 7월 10일 금감원 의견서 제출: 신청인 250명, 피해금액 325억 2,000만원. 7월 13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브리핑
- 신한투자증권 등 판매사가 회사채·전단채 발행·유통·판매 과정에서 재무위험 점검·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
- 변호인단 참여 이복현 변호사 발언: “일반 투자자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을 금융회사들이 왜 알지 못했는지, 또는 알고도 시장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을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생 신청 직전까지 중앙그룹이 발행한 모든 채권을 문제 삼고 있다”
- JTBC 측 반박: 기업회계기준 준수, 자본시장법 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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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영구채) — 법적으로는 사채(채권)이지만 만기가 없거나 극단적으로 길고, 발행자가 만기를 반복 연장할 수 있으며 이자 지급도 발행자 재량으로 미룰 수 있도록 설계된 증권.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지며, 이 설계 덕분에 K-IFRS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통상 3~5년 차에 발행자 콜옵션(조기상환권)과 스텝업(금리 상승) 조항이 함께 붙는다.
- 신종자본대출 — 신종자본증권과 동일한 설계 원리(만기 없음 또는 초장기, 이자 지급 재량, 후순위)를 대출 계약 형태로 구현한 것. 증권 형식이 아니어서 발행 절차 부담이 작지만, 회계상 자본/부채 분류 판단은 K-IFRS 1032의 동일한 잣대를 적용받는다.
- 완전자본잠식 — 누적 결손이 납입자본을 모두 잠식해 자본총계가 음(−)이 된 상태.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뜻으로, 회사채 투자자에게는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직접 위협하는 신호다. 이 사안의 쟁점은 “자본총계 190억원(플러스)”과 “△1,354억원(마이너스)” 중 어느 쪽이 투자자가 봤어야 할 숫자였는가에 있다.
- 전자단기사채(전단채) — 만기 1년 이내(주로 3개월 이내)의 단기 사채를 전자적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상품. 기업의 단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며, CP(기업어음)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발행·유통 절차의 전자화로 결제 효율성이 높다. 이번 사안에서 판매사 책임 논의의 대상 중 하나다.
📚 관련 기준 본문
1. 기업회계기준서 제1032호 「금융상품: 표시」 — 이 사안의 중핵
문단 15·16 — 자본과 부채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 ‘계약상 의무’의 존재 여부
[문단 15] 금융상품의 발행자는 계약의 실질과 금융부채, 금융자산 및 지분상품의 정의에 따라 최초 인식시점에 금융상품이나 금융상품의 구성요소를 금융부채, 금융자산 또는 지분상품으로 분류하여야 한다.
[문단 16]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금융상품만이 지분상품이다.
㈎ 다음의 계약상 의무를 포함하지 아니한다.
① 거래상대방에게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상 의무
② 발행자에게 잠재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상대방과 금융자산이나 금융부채를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상 의무
㈏ 자기지분상품으로 결제되거나 결제될 수 있는 계약으로서,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한다.
① 변동가능한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없는 비파생상품
② 확정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에 대하여 확정 금액의 현금 등 금융자산의 교환을 통해서만 결제될 파생상품
사안과의 연결 — 이 기준을 그대로 읽으면 신종자본증권이 왜 자본인지 명쾌해진다. 발행자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 그 순간 부채의 정의를 벗어난다. 만기가 없거나 발행자가 무제한 연장할 수 있고, 이자 지급도 발행자가 재량으로 건너뛸 수 있게 설계하면 문단 16㈎의 두 가지 계약상 의무가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JTBC의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히 공시했다”는 항변은, 적어도 분류 자체에 관한 한 형식적으로 맞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회계상 ‘자본’이지만 경제적 실질은 ‘부채’에 가깝다 — 이 상품의 근본적 이중성
K-IFRS는 자본/부채를 계약상 의무라는 이분법으로만 가른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을 실제로 사고파는 시장은 이 상품을 사실상 채권으로 취급한다. 그 괴리를 만드는 장치들이 발행조건에 촘촘히 박혀 있다.
- 스텝업(step-up) 조항 — 발행 후 3~5년이 지나면 금리가 큰 폭으로 뛴다. 법적으로는 갚지 않아도 되지만, 갚지 않으면 이자 부담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커지도록 설계돼 있다.
- 발행자 콜옵션 + 시장 관행 — 국내 발행분은 대부분 스텝업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을 암묵적 전제로 매각된다. 콜을 미행사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시장 전체의 조달 여건이 흔들린다. 즉 법적 의무는 없지만 경제적 강제(economic compulsion)는 존재한다.
- 이자 유예의 실질적 제약 — 이자 유예 시 누적되거나, 보통주 배당을 금지하는 조항(dividend stopper)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재량’이 명목에 그친다.
- 신용평가사의 시각 — 무디스·한국기업평가 등은 만기 영구성, 이자 지급 연기 가능성, 손실완충 능력을 따져 자본인정비율을 부분적으로만(예: 50%) 부여한다. 회계상 100% 자본인 상품이 신용평가상으로는 절반이 부채인 셈이다.
- 이자의 회계처리 — 자본으로 분류되면 그에 대한 지급액은 이자비용이 아니라 배당처럼 자본에서 직접 차감된다(문단 35 취지). 손익계산서를 통과하지 않으므로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자보상배율이 모두 좋아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이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일반기업 최초로 5억달러 영구채를 발행했을 때 금융위원회는 부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한국회계기준원은 2012년 12월 자본으로 결론지었으며, 2013년 5월 IFRS 해석위원회(IFRS IC)도 자본 분류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스텝업이 붙어 있고 콜 행사 압박이 크더라도, 계약상 현금 결제 의무가 없다면 자본이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정리된 입장이다. IASB가 FICE(자본의 특성을 지닌 금융상품) 프로젝트를 장기간 끌어온 이유도 바로 이 이분법의 한계 때문이다.
사안과의 연결 — 따라서 이 사건의 진짜 질문은 “JTBC가 회계기준을 위반했는가”가 아니라 “기준을 지킨 재무제표가 투자자에게 회사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전달했는가”다.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은 회계장부에서는 자본이지만, 회생절차나 청산 국면에서 회사채·전단채 투자자보다 후순위일지언정 결국 누군가에게 갚아야 할 돈이라는 성격을 완전히 잃지 않는다. 자본총계 190억원이라는 숫자와, 그 안에 1,544억원의 하이브리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둘 다 참이지만 함의가 정반대다.
문단 18 — 법적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분류한다
문단 18은 금융상품의 분류가 법적 형식이 아닌 계약의 실질에 따라야 함을 명시한다. 형식은 주식인데 실질이 부채인 상환우선주가 부채로 분류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사안과의 연결 — 이 문단은 양날의 칼이다. “실질을 보라”는 원칙은 형식상 사채인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끌어올리는 근거인 동시에, 변호인단이 “실질은 빚 아니냐”고 되받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만 기준서가 말하는 ‘실질’은 계약 조항의 실질이지 시장의 기대나 경제적 압박이 아니라는 점이 지금까지의 확립된 해석이다. 이 지점에서 회계 논리와 투자자 상식은 갈라선다. 실무 담당자라면 발행조건 원문(만기·연장·이자 유예·스텝업·콜·후순위·전환)을 직접 읽지 않고는 어떤 판단도 하기 어렵다.
2. 기업회계기준서 제1001호 「재무제표 표시」
문단 25 (계속기업) 및 문단 122 (회계정책 적용 과정의 판단 공시)
문단 25는 경영진이 재무제표 작성 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을 평가하고, 계속기업 가정에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과 관련된 중요한 불확실성을 알게 된 경우 그 불확실성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문단 122는 회계정책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내린 판단 중 재무제표에 인식된 금액에 가장 유의적인 영향을 미친 판단을 공시하도록 한다.
사안과의 연결 —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한 것은 전형적인 ‘유의적 판단’이다. 문단 122의 취지대로라면 그 판단의 근거와 발행조건의 요체(만기·이자 유예·콜·스텝업)가 주석에 설명돼 있어야 하고, 문단 25의 취지대로라면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실질 재무구조가 계속기업 존속에 의문을 던지는 수준이었는지가 다뤄져야 한다. 변호인단의 공격 포인트는 ‘분류’가 아니라 바로 이 ‘주석 설명의 충실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감사인의 계속기업 관련 판단(회계감사기준서 570)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3.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25조 (거짓의 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 및 제162조 (거짓의 기재 등에 의한 배상책임)
제125조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아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발행인·이사·인수인·공인회계사 등에게 배상책임을 지운다. 제162조는 같은 구조를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 등 유통시장 공시에 적용한다. 제126조에 따라 배상책임자는 손해가 중요사항의 허위기재·누락 때문이 아님을 입증하면 면책된다. 즉 입증책임이 전환된 구조다.
사안과의 연결 — 적용 조문은 발행 방식에 따라 갈린다. 2026년 2월의 930억원 회사채가 공모였다면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가 존재하므로 제125조가, 사모였다면 제125조는 직접 적용되지 않고 제162조나 민법상 불법행위 구성으로 접근하게 된다. 핵심 쟁점은 결국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의 자본 분류와 그 발행조건이 ‘중요사항’인가”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사항이라면 ‘거짓의 기재’가 아니라 ‘기재는 됐으나 투자자가 해석하지 못한 사항’이 되어, 발행인 책임보다 판매사의 설명의무 문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여지가 크다. 이복현 변호사가 “일반 투자자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정확히 그 지점을 겨눈다.
제178조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및 제443조 (벌칙)
[제178조 제1항]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증권의 경우 모집·사모·매출을 포함한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2.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아니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제178조 제2항]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僞計)의 사용,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안과의 연결 — 형사 절차 예고의 실질적 근거가 될 조문이다. 제178조는 사모·공모, 상장·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며 책임 주체에 자격 제한이 없어, 발행인뿐 아니라 조력자까지 포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125조·제162조보다 사정거리가 넓다. 위반 시 제443조 제1항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제179조로 손해배상책임도 따라붙는다. 대법원은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을 해당 법인의 재산·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새겨왔다.
변호인단이 주목할 만한 구조는 2025년 9월 신종자본증권 400억원 → 2026년 2월 회사채 930억원 → 그중 330억원 자회사 대여 → 2026년 6월 디폴트로 이어지는 시계열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잠식 표시를 피한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회사채를 조달했다면, ‘부정한 계획 또는 기교'(제1항 제1호) 구성이 시도될 수 있는 사실관계다. 다만 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은 분류를 곧바로 ‘부정한 기교’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이며, 발행 시점의 고의(상환 불능 인식)와 자금 사용처의 적정성이 실제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4.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 (설명의무), 제44조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의 손해배상책임), 제45조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손해배상책임)
제19조는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이 일반금융소비자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하거나 소비자가 설명을 요청하는 경우 상품의 중요한 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제17조(적합성 원칙)·제18조(적정성 원칙)는 소비자의 재산상황·투자경험 등에 비추어 부적합한 상품 권유를 제한한다. 제44조 제2항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의·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판매업자가 입증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입증부담을 덜어준다. 제45조는 대리·중개업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배상능력이 있는 직접판매업자가 책임지도록 한다.
사안과의 연결 — 변호인단이 신한투자증권 등 판매사를 겨냥한 근거가 이 라인이다. 회사채·전단채는 금소법상 투자성 상품에 해당하며, 일반금융소비자에게 판매됐다면 제19조 설명의무가 온전히 적용된다. 결정적으로 입증책임이 판매사에 있다는 점에서 발행인 책임보다 다투기 쉬운 구조다. 여기서 앞의 회계 쟁점이 다시 살아난다. “자본총계 190억원”이라고만 설명하고 그 안의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과 그 이중적 성격을 짚지 않았다면, 이는 ‘중요한 사항’의 설명 누락으로 평가될 소지가 상당하다. 회계기준상 자본이 맞다는 사실이 판매사의 설명의무를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 관계자 발언(원문 인용)
이복현 변호사(변호인단 참여) — “일반 투자자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을 금융회사들이 왜 알지 못했는지, 또는 알고도 시장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을 것“, “중앙그룹과 계열사의 자금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될 경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고 필요하면 형사 절차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생 신청 직전까지 중앙그룹이 발행한 모든 채권을 문제 삼고 있다”.
JTBC 측 —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신종자본대출 실행 과정에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상황을 적절히 공시했고, 관련 절차 역시 자본시장법을 준수해 진행했다”.
🔍 시사점
- “기준을 지켰다”와 “제대로 알렸다”는 서로 다른 명제다
JTBC의 항변과 변호인단의 주장은 사실 정면충돌하지 않는다.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분류는 K-IFRS 1032 문단 16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고, 동시에 그 재무제표가 투자자에게 상환능력을 왜곡 전달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사건은 회계기준 위반 사건이라기보다 ‘기준을 지킨 재무제표의 정보 전달 실패’ 사건으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패의 책임은 발행인·감사인·판매사 중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가 앞으로의 쟁점이다. - 회계는 이분법, 시장은 스펙트럼 — 그 틈이 이 상품의 존재 이유다
K-IFRS는 계약상 의무의 유무로 자본과 부채를 딱 잘라 나눈다. 반면 신용평가사는 자본인정비율로 그 중간을 표현하고, 투자자는 상환 가능성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인식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이 틈에서 태어난 상품이다.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주주 지분을 희석하지 않는 조달 수단이라는 효용은 분명하지만, 그 효용의 원천이 회계 표시와 경제적 실질의 괴리라는 점을 잊는 순간 지금 같은 사고가 난다. IASB가 FICE 프로젝트를 10년 넘게 붙들고 있는 것이 이 문제의 난이도를 방증한다. - 재무제표를 읽을 때 자본총계는 ‘한 줄’이 아니다
실무적으로 남길 교훈은 단순하다. 자본총계를 볼 때는 반드시 자본 구성 내역과 그 안의 하이브리드 규모를 함께 봐야 한다. JTBC 사례에서 190억원과 △1,354억원의 차이는 계산이 아니라 한 줄을 더 봤느냐 마느냐에서 갈렸다. 크레딧 분석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환산한 조정 부채비율(adjusted leverage)을 병행 산출하는 것이 기본이며, 이는 신용평가사가 이미 표준적으로 하는 작업이다. 공시자료에 다 있는 정보였다는 지적이 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 이자가 손익계산서를 통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무게
신종자본증권 이자는 배당처럼 자본에서 직접 차감되므로 영업이익·순이익·이자보상배율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1,544억원 규모라면 연간 이자 부담이 결코 작지 않았을 텐데, 손익 지표만 보는 투자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금유출이었다. 현금흐름표의 재무활동 항목과 자본변동표를 함께 봐야만 잡히는 숫자다. “영업이익은 괜찮은데 왜 부도가 났나”라는 질문의 답이 여기 있는 경우가 많다. - 판매사 책임이 가장 현실적인 구제 경로가 될 가능성
금소법 제44조 제2항이 설명의무 위반의 고의·과실 입증책임을 판매사에 전가한 구조는 투자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발행인은 이미 회생절차에 들어가 배상능력이 사실상 소멸했고, 자본시장법 제178조 형사 구성은 고의 입증이라는 높은 문턱이 있다. 반면 판매사 상대 청구는 배상능력·입증구조 양쪽에서 실효성이 높다. 250명·325.2억원 규모의 피해자 집단이 형사 절차를 병행하겠다고 예고한 것도 압박 카드로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 계열 간 자금 이동이 별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2026년 2월 조달한 930억원 중 330억원을 100% 자회사 스튜디오중앙에 대여했다는 사실은, 자금 사용처가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과 부합했는지, 그리고 그 대여가 부실 계열사 지원이었는지를 따지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에 이복현 변호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생 신청 직전까지 중앙그룹이 발행한 모든 채권”을 문제 삼겠다고 밝힌 대목은, 개별 발행 건이 아니라 일련의 조달 행위 전체를 하나의 계획으로 구성하려는 접근을 시사한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계획’은 바로 이런 구조를 겨냥하는 조항이다. - 계열사 두 갈래 절차의 함의 — 회생 vs 워크아웃
JTBC·중앙홀딩스 등 5개사는 기업회생절차(법원 주도, 채무자회생법)를 신청했고, 중앙일보는 CP 최종 부도 이후 워크아웃(기촉법상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갔다. 회생은 상거래채권까지 강제집행이 중지되고 감자·출자전환으로 지배권이 소멸할 수 있는 반면, 워크아웃은 금융채권만 유예되며 대주주 자율 매각 형태로 진행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회생 5개사에 걸린 채권과 워크아웃 1개사에 걸린 채권의 회수 경로·시나리오가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피해자 집단소송·의견서 제출도 절차별로 별도 트랙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