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으로 속인 개발비의 대가… 차바이오텍, 대법서 주주 배상 12억 확정

📅 2026년 7월 31일 | 법률신문 (안재명 기자)

💡 핵심 요약

차바이오텍이 2017년 임상 중이던 신약 7개의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이 난 것처럼 공시했으나, 외부감사인이 자산화 요건 미충족을 지적하며 감사의견 ‘한정’을 내면서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주가가 급락했다. 대법원(민사2부, 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무형자산 과대계상으로 사업보고서의 중요사항인 영업손익이 거짓 기재됐고 이것이 투자자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회사와 임원들이 소액주주 12명에게 약 12억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을 2026년 6월 5일 확정했다(2024다300921). 다만 시장·업계 변화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해 회사 측 책임은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됐다.

  • 2017년 반기·3분기 보고서: 임상 중 7개 신약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각 11억여원 영업이익 공시
  • 삼정회계법인, 2018년 3월 자산화 요건 미충족 지적하며 감사의견 ‘한정’ → 비용 처리 시 2017년 영업손실 8억8,179만원, 4년 연속 영업손실
  • 이튿날 관리종목 지정 → 주가 3만3,850원 → 2만3,700원 → 1만9,700원 급락
  • 2018년 8월 정정 감사보고서·정정 사업보고서(2014~2017) 공시, 정정 2017년 영업손실 47억4,100만원
  • 대법(2024다300921): 중요사항 거짓기재·인과관계 인정, 책임 30% 제한해 약 12억원(11억9,526만원) 배상 확정(원·피고 상고 모두 기각)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개발비 자산화(연구 vs 개발) : 연구단계 지출은 전액 비용으로 처리하고, 개발단계 지출만 엄격한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무형자산(개발비)으로 인식한다. 임상·허가 전 신약은 기술적 실현가능성 입증이 어려워 비용 처리가 원칙이다.
  • 관리종목(영업손실 지속) : 코스닥 상장사가 일정 기간 영업손실을 지속하면 지정되는 지위. 지정 시 시장의 신뢰가 훼손돼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며, 지속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상장폐지로 번질 수 있다.
  •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손해액 추정 : 사업보고서 등의 중요사항 거짓기재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으면 회사·임원이 배상책임을 진다. 손해액은 법률상 추정되며, 배상 의무자가 인과관계 부존재를 증명하면 면책된다.

📚 관련 기준 본문

1. K-IFRS 제1038호 『무형자산』 — 연구·개발의 구분과 자산화 요건

문단 54 (연구단계 지출의 비용 처리)

연구(또는 내부 프로젝트의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발생시점에 비용으로 인식한다. 연구단계에서는 미래경제적효익을 창출할 무형자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단 57 (개발단계 지출의 인식 요건)

개발단계 지출은 (1)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2) 완성·사용·판매 의도, (3) 사용·판매 능력, (4) 미래경제적효익 창출 방법, (5) 필요한 자원의 입수가능성, (6) 지출의 신뢰성 있는 측정 능력을 모두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 사건 연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신약은 성공·허가가 불확실해 (1)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관련 지출은 원칙적으로 비용이며, 이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면 비용이 자산으로 둔갑해 영업손실이 영업이익으로 뒤바뀐다. 실제로 이 사건은 그 차이가 ‘2017년 반기·3분기 각 11억여원 영업이익’과 ‘연간 8억8천만여원 영업손실’로 극명하게 갈렸고, 감사인이 ‘한정’ 의견을 낸 이유이자 회계 왜곡의 출발점이 됐다.

2. 자본시장법 제162조 — 거짓 기재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제162조 제1항 (배상책임) · 제3항·제4항 (손해액 추정과 인과관계 항변)

사업보고서·반기·분기보고서 등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가 있거나 기재가 누락되어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제출인과 이사 등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액은 취득가액에서 처분가액 또는 변론종결 시 시장가격을 뺀 금액으로 추정하며, 배상책임자가 거짓 기재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한다.

👉 사건 연결: 영업이익·영업손실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이다. 법원은 정확한 영업손실이 공시됐다면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져 투자자가 매수하지 않거나 더 낮은 가격에 샀을 것이라며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회사·임원이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에도 거짓 기재를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라는 점을 모두 증명하지 못한 것이 배상책임 인정의 핵심이다.

3.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 관리종목 지정(영업손실 지속)

영업손실 지속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법인이 최근 사업연도까지 일정 기간(당시 기준 4개 사업연도) 계속하여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의 사유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기술성장기업 등은 세칙에 따른 유예가 적용될 수 있다).

👉 사건 연결: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되어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걸린다. 회사가 개발비를 자산화한 실질적 유인이 바로 이 지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관리종목 지정 다음 날부터 주가가 급락한 사실이 투자자 손해와 직결됐다. (※ 이 ‘연속 영업손실’ 관리종목 요건은 사건 당시 기준으로, 이후 코스닥 상장·퇴출 제도 개편으로 내용이 달라진 부분이 있어 현행 적용은 개정 규정 확인이 필요하다.)

4. 회계감사기준서(KSA) 705 — 감사의견의 변형(한정의견)

한정의견의 표명

감사인은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있으나 그 영향이 전반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또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으나 그 영향이 전반적이지 않은 경우, 한정의견을 표명한다.

👉 사건 연결: 삼정회계법인은 개발비 과대계상이라는 중요한 왜곡표시를 이유로 ‘한정’ 의견을 냈고, 이것이 회계 왜곡을 시장에 드러낸 방아쇠가 됐다. 감사인의 의견 변형이 정정 재무제표 공시와 관리종목 지정, 나아가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진 연쇄의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 시사점

  1. 비용을 자산으로 바꾸면 손익이 뒤집힌다 : 임상 중 신약 개발비는 원칙적으로 비용이다. 이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면 영업손실이 영업이익으로 둔갑해, 재무제표의 가장 핵심 지표가 왜곡된다.
  2. 회계 선택의 유인은 규정에 있다 : 4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관리종목 요건을 피하려는 압박이 개발비 자산화의 실질적 동기가 될 수 있다. 회계 판단이 상장유지 규정과 맞물릴 때 왜곡 유인이 커진다.
  3. 중요사항 거짓기재의 대가 : 영업손익은 투자 판단의 중요사항이며, 그 거짓기재는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으로 직결된다. 손해액이 법률상 추정되고 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책임이 회사에 있어 방어가 쉽지 않다.
  4. 감사의견이 방아쇠다 : 감사인의 ‘한정’ 의견 하나가 정정공시·관리종목 지정·주가급락·소송으로 이어졌다. 외부감사의 독립적 판단이 시장 규율의 실질적 기점임을 보여준다.
  5. 임원의 개인 책임 : 배상책임은 법인뿐 아니라 당시 공동대표이사 등 임원 3명에게도 인정됐다.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면책은 그 증명이 안 되면 성립하지 않아, 경영진의 회계 관여 책임이 무겁다.
  6. 책임 제한의 양면성 : 법원은 시장·업계 변화, 줄기세포 테마주 열풍 등을 고려해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손해 전액이 아니라는 점은 회사에 유리하나, 거짓기재가 손해의 상당 부분을 구성한다는 판단 자체는 뒤집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