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의 ‘R’ 뺀 ‘CPS’ 권고, 왜 현장에선 ‘2~3년의 벽’에 막히나

📅 2026년 7월 29일 | 머니투데이 (김진현 기자)

💡 핵심 요약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3년 만에 전면 개정(2026년 6월 30일 발표)하면서, 상환권(R)이 빠진 전환우선주(CPS) 사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25년간 시장의 기본값이던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행을 글로벌 표준에 맞추려는 취지다. RCPS의 상환권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때만 행사할 수 있는데, 대다수 초기·기술 스타트업은 적자여서 사실상 무력하고 회계상 부채로 인식돼 재무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오래 이어져 왔다. 다만 선행 라운드 록인, 보수적 LP의 관성,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이라는 한계로 CPS 정착에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매년 전체 벤처투자의 약 70%가 우선주 형태로 집행되며, 그 대부분이 RCPS라는 게 업계 전언
  • RCPS 확산 시점은 2001년 무렵 — 1999년 벤처버블 붕괴 후 창투사가 원금 회수용 안전장치로 상환권을 활용하며 보편화
  • 핵심 역설: 회사가 어려울 땐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상환 불가, 이익 날 만큼 성장한 회사엔 상환을 요구할 이유가 없음
  • 걸림돌: 선행 라운드 RCPS로 인한 구조적 ‘록인’, 보수적 LP·감사 부담, 신기사(금융위 관할)의 권고 대상 제외
  • 제언: 한국벤처투자 출자사업에서 CPS 투자 가점 등 정책적 유인책 병행 필요(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 이번 CPS 권고는 2026년 6월 30일 발표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전면개정의 일부다. 개정에는 투자계약서(SPA)·주주간계약서(SHA) 분리, IPO 강제조항 폐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broad-based 방식, 사전동의권 절차 개선 등이 함께 담겼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RCPS(상환전환우선주) : 상환권(Redeemable)·전환권(Convertible)·배당우선권이 결합된 우선주. 투자자에게 상환청구권이 붙는 형태가 일반적이라 회계상 부채로 분류될 수 있어 스타트업 재무구조에 부담이 된다.
  • CPS(전환우선주) : RCPS에서 상환권(R)을 뺀 형태. 상환 의무가 없어 자본으로 분류될 여지가 커, 스타트업 재무구조 왜곡을 줄인다. 글로벌 벤처투자의 표준에 가깝다.
  • 배당가능이익 : 상법상 배당·상환의 재원이 되는 금액. 순자산액에서 자본금·법정준비금 등을 차감해 산정하며, 이 이익이 없으면 상환권이 있어도 실제로 행사할 수 없다.

📚 관련 기준 본문

1. K-IFRS 제1032호 『금융상품: 표시』 — RCPS의 부채 분류

문단 11 (금융부채의 정의)

금융부채는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계약상 의무를 포함한다. 거래상대방에게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하기로 한 계약상 의무, 또는 잠재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금융자산·금융부채를 교환하기로 한 계약상 의무.

문단 18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른 분류) · 문단 25 (조건부결제규정)

금융상품은 법적 형식이 아니라 계약의 실질에 따라 분류한다. 우선주 중 특정일에 확정된 금액으로 의무적으로 상환하거나 보유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금융부채이다(문단 18). 또한 발행자가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사건의 결과에 따라 현금 등을 인도해야 하는 조건부결제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그 규정이 실질적이라면 금융부채로 분류한다(문단 25).

👉 사건 연결: 분류의 핵심은 발행자가 현금 인도를 무조건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가이다. RCPS는 통상 투자자에게 상환청구권이 부여되므로, 발행 스타트업은 회피 불가능한 현금인도 의무를 지는 금융부채로 잡히기 쉽다(발행자에게만 상환권이 있는 구조라면 자본 분류 여지도 있다).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때만 상환’이라는 제약도 발행자가 온전히 통제하는 조건으로 보기 어려워, 부채 분류를 자본으로 되돌리는 근거가 되기는 쉽지 않다. 상환권(R)을 제거한 CPS가 자본 분류에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상법 제345조 · 제462조 — 상환주식과 배당가능이익

제345조 (주식의 상환에 관한 종류주식)

[제1항]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이익으로써 소각할 수 있는 종류주식(상환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제3항] 정관에 따라 주주가 회사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종류주식으로도 정할 수 있다.

제462조 (이익의 배당 — 배당가능이익)

회사는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그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그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배당가능이익)을 한도로 이익을 배당할 수 있다.

👉 사건 연결: 상환주식의 상환재원 역시 배당가능이익이다(제345조 제1항 ‘이익으로써 소각’). 적자가 누적된 초기·바이오 스타트업은 배당가능이익 자체가 없어, 계약서에 상환권이 있어도 법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기사가 지적한 ‘역설’의 법적 뿌리가 바로 이 조항이며, R이 ‘심리적 안전판’에 그치는 이유다.

3. K-IFRS 제1109호 『금융상품』 — 부채 분류 후속측정과 내재파생

문단 4.3.3 (복합계약의 내재파생상품 분리)

주계약이 금융자산이 아닌 복합계약의 경우, 내재파생상품의 경제적 특성·위험이 주계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않고, 내재파생상품과 조건이 같은 별도 상품이 파생상품 정의를 충족하며, 복합계약을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내재파생상품을 분리하여 회계처리한다.

👉 사건 연결: RCPS가 금융부채로 분류되면 상환권 부분은 상각후원가 또는 당기손익-공정가치로 측정되고, 전환권은 내재파생상품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분리 인식될 수 있다. 특히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이 붙어 ‘확정 수량-확정 금액(fixed-for-fixed)’ 요건을 못 채우면, 전환권은 내재파생으로 보아 당기손익-공정가치로 측정되고 그 변동이 손익에 반영돼 실적 변동성을 키운다. 상환권을 없앤 CPS는 이러한 부채·파생 회계의 복잡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 시사점

  1. R의 실효성 역설 : 상환권은 회사가 어려울 땐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못 쓰고, 잘 나갈 땐 쓸 이유가 없다. 25년 관행이 실질보다 ‘안전판’이라는 심리에 기대어 유지돼 왔음을 보여준다.
  2. 부채가 만드는 왜곡 : 투자자 상환청구권이 붙은 RCPS는 회계상 금융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을 끌어올린다. 자본으로 보이는 투자가 장부에선 빚이 되는 셈으로, 후속 조달·신용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3. 실질 우선의 원칙 : K-IFRS 제1032호는 법적 형식(우선주)이 아니라 계약의 실질(상환의무)로 분류를 가른다. 같은 우선주라도 R의 유무, 그리고 상환권을 누가 쥐는지가 부채·자본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4. 상법과 회계의 접점 : 배당가능이익이라는 상법상 제약이 상환권의 실효성을 좌우하고, 그 실질이 다시 회계 분류로 이어진다. 자본시장 실무는 상법·K-IFRS를 함께 읽어야 온전히 이해된다.
  5. 권고의 한계와 유인 설계 : 강제성 없는 표준계약서만으로는 보수적 LP·감사 부담을 넘기 어렵다. 출자사업 가점 등 정책적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CPS가 현장의 기본값으로 안착할 수 있다.
  6. 제도 사각지대 : 신기사 등 금융위 관할 투자기구는 중기부 권고 밖에 있어 상환권 유지 유인이 크다. 부처 간 정합성 없이는 시장 전반의 관행 전환에 공백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