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9일 | 한국일보
“다수의 뜻이 우선하더라도, 소수도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법이 이를 보호해야 한다.”
— 토머스 제퍼슨, 제1차 대통령 취임연설(1801)
💡 핵심 요약
개정 상법이 대기업 경영권 분쟁에 처음 적용된 9월 9일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추천한 분리선출 감사위원(백인규 단국대 교수)이 출석 의결권 81.8%로 선임되며 최 회장 측이 방어에 성공했다. 최대주주인 영풍·MBK 연합(지분 약 41%)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쳐 최대 3%로 제한하는 ‘합산 3%룰’에 막혀, 이들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가 27.93% 득표(과반 미달)로 부결됐다. 반면 3%룰이 적용되지 않는 독립이사 집중투표에서는 영풍·MBK가 지분을 자기 후보에 몰아줘 4석 중 2석을 확보(최측도 2석), 이사회는 12대 7로 재편됐다.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이사 선임까지 걸려 이사 9명(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포함)의 임기가 무더기로 만료되는 내년 3월 정기주총이 ‘본 게임’으로 꼽힌다.
- 결과: 최 회장 측 추천 분리선출 감사위원 백인규 출석의결권 81.8%(509만2815주)로 선임 / 영풍·MBK 박유경 후보 27.93%(173만9065주) 과반 미달 부결 → 최 회장 측 방어 성공
- 합산 3%룰(2026.7 시행):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합산 최대 3%로 제한 → 영풍·MBK의 약 41% 지분이 3%로 묶임 → 박유경 후보 27.93%(3%+기타 지지) 부결 / 최 회장 측은 우호 기관·소액주주 결집으로 81.8% / 소유(영풍)-경영(최씨 일가) 분리 구조와 맞물려 최 회장에 유리
- 집중투표제(3%룰 미적용): 이사 여러 명 동시 선임 시 선임 수만큼 의결권 부여·몰아주기 허용 → 영풍·MBK가 41% 지분을 자기 후보에 몰아 득표 1·2위로 2명 확보(심혜섭·이준봉), 최측도 2명(이형규·서은숙) → 독립이사 4석 2대 2 / 단순 다수결이었다면 최 회장 측이 싹쓸이했을 구도
- 이사회 재편: 기존 9대 5(14명) → 12대 7(19명)(최 회장 측 우위 유지) / 독립이사는 2대 2 양분
- 본 게임(내년 3월 정기주총): 이사 9명(최측 6·영풍측 3,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포함) 임기 무더기 만료 / 분리선출 감사위원(3%룰 적용) 확보전+3%룰 미적용 일반 이사 선임 두고 표대결 전망 / 양측 상반된 해석(견제 강화 vs 부당 경영개입 심판)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합산 3%룰 :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 대주주가 자기 편 감사위원을 세워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 분리선출 감사위원 : 이사를 먼저 뽑고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처음부터 따로 뽑는 방식. 이 선출에 3%룰이 적용돼 대주주 영향력이 제한된다.
- 집중투표제 : 이사를 2명 이상 뽑을 때 주주에게 뽑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그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 소수주주도 자기 몫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한다.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법조문 원문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요건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상법 제542조의12 —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임하며(제542조의12 제2항), 이 선임에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을 합산하여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제4항, 개정으로 ‘합산’ 강화). 이는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 사건 연결: 이번 결과를 가른 핵심 조항이다. 영풍·MBK는 약 4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이들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는 27.93% 득표에 그쳐 과반에 미달했고, 최 회장 측 백인규는 3%룰로 대주주 표가 눌린 가운데 우호 기관·소액주주 표를 모아 81.8%를 확보했다. 지분이 곧 표가 되지 않는 이 제도가, 감사위원이라는 감시 기구를 대주주 영향에서 떼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개정 상법의 ‘합산’ 3%룰이 대기업 분쟁에 처음 위력을 보인 장면이다.
2. 상법 제382조의2 — 집중투표제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통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는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가지며 이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하여 행사할 수 있다(제382조의2). 이는 다수결로는 이사를 낼 수 없는 소수 측에도 이사 선임의 기회를 보장한다.
👉 사건 연결: 독립이사 4석이 2대 2로 갈린 원리다. 감사위원 표결과 달리 집중투표에는 3%룰이 적용되지 않아 영풍·MBK의 약 41% 지분이 온전히 반영됐고, 이들이 자기 후보 2명에게 표를 몰아 오히려 득표 1·2위로 2석을 확보했다. 최 회장 측도 2석을 확보해 4석이 양분됐다. 3%룰이 감사위원 선임에서 대주주의 힘을 눌렀다면, 집중투표는 (3%룰이 없는 만큼) 지분을 몰아준 쪽에 이사 선임의 통로를 열어줬다. 같은 주총에서 두 제도가 서로 다르게 작동해 이사회가 12대 7, 독립이사 2대 2로 나뉜 것이다.
3. 상법 제415조의2 —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
회계장부 열람·경영진 조사
감사위원회는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며(제415조의2, 감사 권한 준용), 회계장부·서류의 열람과 업무·재산 상태 조사 권한을 가진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은 이러한 감시·견제 기능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 사건 연결: 영풍·MBK가 감사위원 확보에 총력을 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사위원은 회계장부 열람권과 경영진 조사권을 갖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면 최 회장 측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제기된 의혹(출자금 사적 활용 주장 등)을 검증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위원 자리가 이번 주총의 최대 격전지였다. 그러나 3%룰에 막혀 영풍·MBK는 이 감시 창구를 얻지 못했고, 최 회장 측이 감사위원을 지키며 방어에 성공했다. 감사위원의 권한이 클수록 그 독립성을 둘러싼 다툼도 치열해진다.
4. 상법 개정 — 지배구조 규율의 전환
소수주주 보호와 대주주 견제
최근 개정 상법은 합산 3%룰 강화, 집중투표제 관련 규율, 이사의 전체 주주 이익 고려 의무(제382조의3 개정) 등을 통해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하고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규율을 강화했다. 이는 소유와 경영, 다수와 소수 사이의 힘의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것이다.
👉 사건 연결: 이 사건이 갖는 상징성이다. 개정 상법이 대기업 경영권 분쟁에 처음 적용돼, 약 41%라는 최대 지분이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자본(지분)의 크기가 곧 지배력이 되던 구도에, 감시 기구만큼은 대주주로부터 떼어내는 제도가 실제로 작동한 것이다. 앞서 다룬 합병가액 공정가액 입법·이사 충실의무 개정과 함께, 자본시장 규율이 ‘주주 평등·소수주주 보호’로 이동하는 흐름의 실증 사례다. 다만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이사 선임이 걸린 내년 3월 주총에서는 다시 지분의 힘이 관건이 된다.
🔍 시사점
- 지분이 곧 표가 아니다 : 약 41%를 가진 최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3%로 제한돼, 그 후보가 27.93% 득표에 그쳐 부결됐다. 합산 3%룰이 감시 기구만큼은 대주주 영향에서 떼어내, 지분의 크기가 곧 지배력이 되지 않게 했다.
- 같은 주총, 다른 제도 : 감사위원 선임은 3%룰로 대주주를 눌렀지만, 3%룰이 없는 독립이사 집중투표에서는 영풍·MBK가 41% 지분을 몰아줘 2석을 확보했다. 어느 제도가 적용되느냐가 결과를 갈랐다.
- 감사위원이 격전지인 이유 : 회계장부 열람·경영진 조사권을 쥔 감사위원은 상대 경영을 들여다보는 창구다. 그래서 최대 격전지가 됐고, 3%룰로 그 향방이 갈렸다. 감사위원의 권한이 클수록 독립성 다툼도 치열하다.
- 제도가 구조와 맞물릴 때 : 소유(영풍)-경영(최씨 일가)이 분리된 고려아연의 독특한 구조가 3%룰과 맞물려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같은 제도도 지분·지배 구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 본 게임은 내년 3월 : 이사 9명 임기가 한꺼번에 만료되는 정기주총이 분수령이다. 특히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이사 선임에서는 다시 지분의 힘이 관건이 돼, 이번과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 지배구조 규율의 전환점 : 개정 상법이 대기업 분쟁에 처음 적용돼 그 위력을 보였다. 합병가액 공정가액·이사 충실의무 개정과 함께, 자본시장 규율이 소수주주 보호로 이동하는 흐름을 실증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