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수 2년, 감사시간 3년 연속 하락… 부실감사의 조짐

📅 2026년 9월 21일 | 조세일보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

—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2008)

💡 핵심 요약

상장법인 1사당 평균 감사보수가 2년 연속, 평균 감사시간이 3년 연속 줄었다. 시장 점유율을 키운 빅4조차 1사당 감사시간을 지난해에만 8.3% 줄였다. 금융감독원은 보수 하락이 투입 인력과 시간의 감소로 이어져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하며 감리 착수를 예고했고, 현장에서는 저가수임이 근로시간 압박으로 되돌아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일보는 여기에 회계사 공급 문제를 붙여 하나의 인력·수익구조 문제로 진단했다. 조문을 따라가 보면, 이 문제를 다룰 장치는 이미 외부감사법 안에 대부분 들어 있다.

  • 숫자: 1사당 평균 감사보수 2023년 2억8700만원 → 2024년 2억8000만원 → 2025년 2억7000만원 / 평균 감사시간 2022년 2687시간 → 2025년 2500시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분석)
  •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5년간 상장법인 수임 비중 34.9% → 42.9%, 감사보수 비중 62.4% → 68.5% / 그런데 1사당 평균 감사시간은 4165시간(2024) → 3820시간(2025), 8.3% 감소
  • 감독당국: 금감원이 6월 상장사 감사인 등록 회계법인 12곳 감사부문 대표를 불러 “합리적 사유 없이 감사시간이 지나치게 감소하면 감사인감리와 재무제표 심사·감리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예고
  • 현장 진단: 청년공인회계사회는 ‘먼저 낮은 가격에 수임 → 그 가격에 시간을 맞춤 → 그 시간 안에 끝내라고 요구’하는 구조를 지적 / 해법으로 표준감사시간 실효성 강화와 타임시트 전면 점검 제시 / 중견 법인은 지정 후 자유수임 전환 시 직전 보수의 80% 미만 수임 금지 같은 최저선 규정을 제안
  • 공급: 최소선발예정인원 850명(2009~2018) → 1250명(2024) → 1200명(2025) → 1150명(2026) / 2024년 합격자 1250명 중 빅4 신입 채용은 533명(43%), 전년 55%보다 하락 / 인구 1명당·상장사 1개사당으로 보면 한국의 회계사 수는 일본에 뒤지지 않음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표준감사시간 : 감사 품질을 유지하려면 이 정도 시간은 투입해야 한다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해 두는 기준 시간(외부감사법 제16조의2). 회사 규모와 업종, 내부통제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 주기적 지정제 : 상장법인 등이 6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감사인을 스스로 선임하면, 이후 3개 사업연도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쓰게 하는 제도(제11조 제2항). ‘6+3’으로 부른다.
  • 감사인감리 : 개별 감사보고서가 회계감사기준을 지켰는지,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체계가 품질관리기준을 지켰는지 증선위가 들여다보는 절차(제26조 제1항).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는 심사·감리와는 대상이 다르다.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법조문 원문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요건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외부감사법 제10조 제5항·제6항 — 보수·시간·인력을 문서로 정하라

정하고 끝이 아니라, 지켜졌는지 확인까지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는 감사인의 감사보수와 감사시간, 감사에 필요한 인력에 관한 사항을 문서로 정하여야 한다. 감사위원회가 없는 상장법인·대형비상장주식회사·금융회사라면 그 문서는 감사인선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아가 감사보고서를 제출받으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는 그 문서에서 정한 사항이 실제로 지켜졌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 사건 연결: 저가수임 논쟁의 한가운데에 이 조문이 있다. 법은 이미 보수와 시간, 인력을 문서로 정하고 사후에 확인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기사 속 현장 증언대로 가격이 먼저 정해지고 시간이 거기에 맞춰진다면, 이 문서는 감사 투입량을 담보하는 장치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가격을 사후에 정당화하는 서류가 된다. 앞서 다룬 합병가액 특별위원회 편에서 본 원칙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록은 남기는 순간이 아니라 무엇을 근거로 그 숫자에 이르렀는지를 적을 때 비로소 증거가 된다.

2. 외부감사법 제16조의2 — 표준감사시간

한공회가 정하고, 3년마다 다시 본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감사업무의 품질을 높이고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인이 투입하여야 할 표준 감사시간을 정할 수 있다. 이때 대통령령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금융감독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또한 3년마다 감사환경 변화를 고려해 표준 감사시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

👉 사건 연결: “표준감사시간의 실효성을 강화하자”는 요구가 향하는 조문이다. 조문은 한공회에 기준을 정할 권한을 주지만 그 자체로 벌칙을 달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표준감사시간은 오래 ‘권고’로 읽혀 왔다. 평균 감사시간이 3년 연속 줄어든 지금, 이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다음 조문과 묶어서 봐야 한다.

3. 외부감사법 제11조 — 표준감사시간이 이빨을 갖는 지점

‘현저히 낮은 감사시간’은 지정 사유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감사인의 감사시간이 표준 감사시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인정한 회사에 대해, 3개 사업연도의 범위에서 증선위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제1항 제10호). 이와 별도로 상장법인 등이 연속 6개 사업연도 동안 스스로 감사인을 선임했다면 이후 지정 대상이 된다(제2항, 주기적 지정). 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하며, 지정받은 감사인을 지정 기간 다음 사업연도의 감사인으로는 선임할 수 없다(제6항).

👉 사건 연결: 표준감사시간은 그 자체로는 권고에 가깝지만, 이 조문과 만나면 감사인 지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회사 입장에서 지정은 감사인을 고를 자유를 잃는 일이므로 적지 않은 압박이다. 기사에 나온 중견 법인의 ‘직전 보수의 80% 미만 수임 금지’ 제안도 이 구조에서 나온다. 지정 기간에는 보수가 정상화됐다가 자유수임으로 돌아가는 순간 가격이 되돌아간다면, 6년의 자유수임 구간이 곧 가격경쟁 구간이 되기 때문이다.

4. 외부감사법 제26조·제17조 — 감리는 세 갈래다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그리고 품질관리체계

증권선물위원회는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① 감사인이 제출한 감사보고서가 회계감사기준을 지켰는지에 대한 감리 ②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을 지켰는지에 대한 감리 ③ 감사인의 감사업무가 품질관리기준을 지켰는지에 대한 감리와 품질관리수준 평가를 수행한다.

👉 사건 연결: 금감원이 예고한 “감사인감리 및 재무제표 심사·감리 즉시 착수”가 어디에 근거하는지를 보여 주는 조문이다. 주목할 것은 세 번째 갈래다. 개별 감사보고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넘어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체계 자체를 들여다보는 통로다. 수임 단가가 인력 배치와 시간 배정을 규율하는 구조라면, 문제는 개별 감사 한 건이 아니라 법인의 품질관리 설계에 있다. 앞서 다룬 감사인 독립성 편과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질문이다.

5. 근로기준법 제53조·제43조 — 저가수임이 돌아오는 자리

1주 12시간, 그리고 임금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연장근로는 1주 12시간을 한도로 한다(제53조 제1항).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10조 제1호). 임금은 정해진 날에 전액 지급해야 하고(제43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제109조).

👉 사건 연결: 기사에 인용된 기획감독 결과는 임금 약 6억3000만원 체불과 연장근로 한도 위반 35건을 포함해 13건의 법 위반이 확인됐고, 제재는 시정지시와 과태료 1400만원 수준이었다는 내용이다(청년공인회계사회 측 전언, 해당 법인은 익명). 감사보수가 내려가면 투입 시간은 줄어들지만 일이 줄지는 않는다. 그 간극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고, 회계법인의 수임 가격 문제가 회계 감독의 영역을 넘어 노동법 리스크로 나타나는 지점이다.

🔍 시사점

  1. 보수와 시간과 품질은 한 줄에 놓여 있다 : 1사당 보수는 2년, 시간은 3년 연속 줄었다. 감사품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투입 시간은 숫자로 남는다. 감독당국이 시간을 먼저 들여다보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점유율이 늘었는데 시간이 줄었다 : 빅4는 수임 회사 비중과 보수 비중을 모두 키우면서 1사당 감사시간은 8.3% 줄였다. 규모의 효율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단가 경쟁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을 가르는 것이 이 논쟁의 출발점이다.
  3. 법은 이미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 외부감사법 제10조 제5항·제6항은 보수·시간·인력을 문서로 정하고 사후에 확인하라고 정한다. 빠진 것은 규정이 아니라, 그 문서가 가격을 뒤따라가지 않게 만드는 실효성이다. 타임시트 점검 요구는 결국 이 확인 의무를 실제로 작동시키자는 말이다.
  4. 표준감사시간의 무기는 지정권이다 : 표준감사시간 자체에는 벌칙이 없지만, 감사시간이 현저히 낮으면 증선위 지정 사유가 된다(제11조 제1항 제10호). 실효성 강화를 논한다면 기준 시간의 숫자보다 이 연결 고리를 어떻게 운용할지가 먼저다.
  5. 공급 문제는 절대 숫자가 아니라 수용력의 문제 : 등록 회계사는 일본이 더 많지만, 인구 1명당(한국 1824명 대 일본 3190명)과 상장사 1개사당(10.7명 대 10.2명)으로 보면 한국이 적지 않다. 선발 인원을 몇 명으로 하느냐보다 실무수습과 채용이 몇 명을 소화하느냐가 병목이다.
  6. 가격 문제는 노동 문제로 되돌아온다 : 수임 단가가 시간을 정하고 시간이 인력을 압박하면, 결과는 회계 감독이 아니라 근로감독에서 먼저 드러난다. 제재가 과태료 수준에 그치는 동안 비용을 치르는 쪽은 현장 인력이다. 감사품질을 말하면서 인력 구조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