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팀은 정화명령 몰랐다?”… 204억 과징금이 드러낸 영풍 내부통제의 민낯

📅 2026년 9월 4일 | 내일신문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 마태복음 6장 3절 (개역개정)

💡 핵심 요약

영풍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5건(환경정화 충당부채 관련 + 석포제련소 유형자산 손상차손 등)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증선위 의사록에서 위반동기가 다뤄진 것은 환경정화 충당부채 4건이다. 증선위는 이 중 3건을 ‘고의’, 1건을 중과실로 본 금감원 판단을 유지했다. 금감원은 “정화명령이 있었고 충당부채 추정이 가능한 상황임을 회사가 인지했다”는 점을 고의 근거로 든 반면, 영풍은 재경팀(서울 본사)과 정화팀(석포제련소)이 분리돼 2023년 임야 정화명령을 재경팀이 보고받지 못해 회계처리·감사인 설명이 누락됐다며 고의를 부인했다. 금감원 원안에는 검찰 고발이 포함됐으나, 증선위는 외감법상 ‘고의’와 형사법상 고의를 별개로 보고 최종 조치에서 형사조치를 제외했다. 농지오염에 따른 배상 문제는 배상 논의 자체가 없어 신뢰성 있는 금액 추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충당부채 지적에서 빠졌다. 법인 204억7,410만원·전 대표 등 4명 15억1,15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감사인 지정 3년·해임권고 등은 별도 의결됐다. 영풍은 불복해 행정소송 중이며, 법원은 일부 제재의 효력을 본안 판단 때까지 정지한 상태다.

  • 위반 범위: 증선위, 2021~2024년 환경정화 충당부채 과소·미인식 등 위반 인정(2021·2022 미인식, 2023·2024 법규상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산정) / 이번 의사록 동기 논의 대상은 충당부채 4건(3건 고의·1건 중과실)
  • 고의 근거: 금감원 “정화명령 존재 + 금액 추정 가능을 회사가 인지” → 3건 고의 / 나머지 1건은 중과실
  • 영풍 반박: 재경팀(서울 본사)·정화팀(석포제련소) 분리 → 2023년 임야 정화명령을 재경팀이 보고받지 못함 → 회계처리·감사인 설명 누락 / “의사소통 미흡·오해 소지 있었으나 고의 아님”
  • 형사조치: 금감원 원안엔 검찰 고발 포함 → 증선위, 외감법상 ‘고의’ ≠ 형사법상 고의로 보아 검찰 고발 등 형사조치 제외(단, 시민·환경단체의 별도 고발로 검찰 수사 국면은 진행)
  • 농지오염: 농지오염 배상 문제는 배상 논의 자체가 없어 신뢰성 있는 금액 추정 곤란 → 이번 충당부채 지적서 제외(추정가능성이 인식의 관문)
  • 감사자료 공방: 감사인 “2021·2022 감사 시 변경 공문·추가 토지정화계약서 미제시, 면담서도 설명 못 들음” vs 영풍 “감사인이 구체적으로 요청 안 해 미제시” / 의도적 감사방해로 단정하기는 이른 단계
  • 제재·소송: 법인 204.7억+전 대표 등 4명 15.1억 과징금 / 감사인 지정 3년·해임권고 등 별도 의결 / 영풍 행정소송, 법원 일부 집행정지(본안과 구분)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위반동기(고의·중과실·과실) :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책임 정도를 나누는 기준으로, 고의로 갈수록 제재가 무거워진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은 ‘고의’를 위법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위반한 행위로 정의한다. ‘인식’이 요건에 들어 있어, 요건 충족을 회사가 알았는지가 동기 판단을 가른다. 다만 이 ‘고의’가 형사법상 고의와 반드시 같지는 않다.
  • 내부회계관리제도(재무보고 내부통제) :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해 회사가 갖추어야 하는 정보 수집·검증 체계(외감법 제8조). 현장의 비재무 정보(정화명령 등)가 본사 회계조직에 적시 전달되는지가 그 실효성의 핵심이다.
  • 집행정지 : 행정소송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제재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절차. 제재의 정당성(본안)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효력만 임시로 정지하는 것으로, 위법 여부와는 별개다.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법조문·기준서 원문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요건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K-IFRS 제1037호 『충당부채, 우발부채 및 우발자산』 — 환경정화의무의 인식과 추정

현재의무 확정과 신뢰성 있는 추정 (문단 14)

① 과거 사건의 결과로 현재의무(법적의무 또는 의제의무)가 존재하고, ②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자원의 유출 가능성이 높으며, ③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으면 충당부채로 인식한다(문단 14). 오염 원인 제공에 더해 정화명령 등으로 법적의무가 확정되고 금액 추정이 가능해진 시점에 이를 인식하여야 한다.

👉 사건 연결: 고의 판단의 회계적 근거가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정화명령이 있었고 금액 추정이 가능했다’, 즉 인식요건(문단 14)이 충족됐음을 회사가 인지했다고 봤다. 반면 영풍은 그 정화명령 정보 자체가 본사 재경팀에 닿지 않아 인식할 수 없었다고 맞선다. ‘요건은 충족됐는가’가 아니라 ‘요건 충족을 회사가 알았는가’가 고의·과실을 가르는 지점이다. 반대로 농지오염 배상 문제는 배상 논의 자체가 없어 신뢰성 있는 금액 산정이 불가능해 이번 지적에서 빠졌는데, 이는 추정가능성이 인식의 관문임을 보여준다.

2. 외부감사법 제8조(내부회계관리제도) — 재무보고 정보전달 체계

현장 정보의 본사 회계조직 전달

회사는 신뢰할 수 있는 회계정보 작성을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갖추어 운영하여야 하며(외감법 제8조),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적시에 식별·집계·보고되도록 하여야 한다. 재무보고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 정보(행정처분 등)의 전달 체계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 사건 연결: 이 사건이 단순 회계 판단을 넘어 내부통제 쟁점이 되는 이유다. 영풍의 소명(현장 정화팀→본사 재경팀 정보 미전달)이 사실이라면, 재무제표에 영향을 줄 행정처분 정보가 회계조직에 닿지 않은 것으로 내부통제 미비점을 시사한다. 다만 영풍은 이를 ‘고의가 아닌 소통 미흡’의 근거로 삼는 반면, 뒤집어 보면 그 소통 실패 자체가 통제 결함일 수 있다. 고의를 부정하는 논리가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내는 양날의 구조다.

3. 회계감사기준서(KSA) 500·240 및 감사의 전제(KSA 200·210) — 자료 제공과 감사증거

감사증거 입수와 회사의 자료 제공 책임

감사인은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여야 한다(KSA 500). 한편 경영진이 감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자료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은 감사업무의 전제(KSA 200·210)다. 경영진의 자료 미제시나 감사방해 정황은 부정위험 신호로서 감사인의 대응 책임(KSA 240)과 연결된다.

👉 사건 연결: 감사자료 공방이 이 지점이다. 감사인은 ‘변경 공문·추가 계약서를 요청했으나 못 받았다’고, 영풍은 ‘구체적으로 요청받지 않아 제시하지 않았다’고 엇갈린다. 감사는 회사의 성실한 자료 제공(감사의 전제)을 바탕으로 하되, 감사인도 필요한 자료를 특정해 요청하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책임이 있다. 어느 쪽 설명이 맞는지에 따라 부실의 1차 책임 소재가 달라진다. 다만 현 단계에선 의도적 감사방해로 단정하기 어렵다.

4. 외감법 제29·35조 및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 위반동기 판단과 증선위 조치

고의·중과실 판단과 제재 수위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과징금(외감법 제35조)·임원 조치·감사인 지정 등(제29조)을 부과한다. 조치 수위는 위반의 동기(고의·중과실·과실)와 중요도에 따라 나뉘며, 그 구분과 ‘고의’의 정의는 동 규정 시행세칙에 정해져 있다. 외감법상 위반의 ‘고의’는 형사법상 고의와 구별될 수 있어, 동기 판단이 곧바로 형사조치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 사건 연결: 동기 판단이 이번 제재의 핵심 변수였다. 증선위는 3건을 고의로 유지해 법인 204.7억·전 대표 등 15.1억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금감원 원안에 담겼던 검찰 고발은, 증선위가 외감법상 고의와 형사법상 고의를 별개로 보아 최종 조치에서 제외했다. 고의냐 과실이냐가 과징금 규모와 임원 제재를 좌우하고, 이 판단의 적정성이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다시 다뤄진다.

🔍 시사점

  1. ‘인지했는가’가 고의를 가른다 : 충당부채 인식요건(정화명령·추정가능성)이 충족됐다는 데는 다툼이 적다. 쟁점은 그 충족을 회사가 알았느냐다. 시행세칙상 ‘고의’가 “위법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위반”으로 정의되는 만큼, 인식(인지) 여부가 동기 판단의 축이 된다.
  2. 정보 단절이 양날의 칼 : 영풍은 ‘현장→본사 미전달’을 고의 부정의 근거로 든다. 그러나 그 단절 자체가 재무보고 내부통제(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결함일 수 있다. 고의를 피하려는 논리가 통제 부실을 드러내는 구조다.
  3. 비재무 정보의 재무보고 연결 : 환경규제 같은 비재무 정보가 재무제표를 좌우하는 기업일수록, 현장 정보를 본사 회계조직에 적시 전달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이 사건은 그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되묻는다.
  4. 자료 제공의 책임 배분 : 감사인의 ‘요청했으나 못 받음’과 회사의 ‘구체적으로 요청 안 함’이 엇갈린다. 회사의 성실 제공(감사의 전제)과 감사인의 특정 요청·증거 확보 책임 사이에서, 부실의 1차 책임 소재가 갈린다.
  5. 고의의 두 얼굴 : 외감법상 고의와 형사법상 고의는 다를 수 있다. 금감원 원안의 검찰 고발이 증선위 단계에서 빠진 것은 이 구분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증선위 차원의 형사조치가 없더라도, 시민·환경단체의 별도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 국면은 남아 있다.
  6. 집행정지 ≠ 위법 부정 : 법원의 일부 집행정지는 제재 효력을 잠정 멈춘 것일 뿐, 회계처리 위반 여부를 확정한 것이 아니다. 본안에서 위반과 동기(고의) 판단의 적정성이 다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