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본계약 없는 50억, 입금 당일 개인 계좌로 22억

📅 2026년 9월 21일 | 이데일리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이고, 전등은 가장 효율적인 경찰이다.”

— 루이스 브랜다이스, 『다른 사람의 돈』(1914)

💡 핵심 요약

영수증 리워드 서비스 업체가 투자자였던 코스닥 상장사로부터 영업양수도 계약금 명목의 50억원을 받았는데, 본계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주주 동의도 없었다는 보도다. 입금 당일 대표이사 개인 계좌로 22억여 원이, 이튿날 약 20억원이 상장사 쪽으로 다시 빠져나갔다. 당시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경찰은 자본잠식 회사에 반환 채무를 지운 뒤 자금을 개인 채권 변제 등에 먼저 썼다면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표이사 측은 계약금이 아닌 지원금이었고 개인 채권을 회계상 상환 처리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 아래 내용은 보도된 의혹과 수사 단계의 정황을 정리한 것이다. 혐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자들은 주요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양측 설명을 함께 싣는다.

  • 자금 흐름(보도 기준): 2022년 1월 25일 상장사 → 회사 계좌로 50억원 입금 / 같은 날 오후 3시37분~40분 사이 대표이사 개인 계좌로 22억690만원 / 이튿날 회사 계좌에서 약 20억원이 상장사로 출금
  • 회사 상태: 2021년 38억6000만원 적자, 2022년 1월 자본잠식 / 영업권 매각 가격으로 100억~130억원이 거론됐으나 본계약 미체결 / 이전에는 IPO 추진을 주주들에게 설명
  • 주주 측 주장: 계약금 성격의 선지급에 동의한 적 없고, 개인 계좌를 에스크로로 쓴다는 합의서·계약 문서가 없다 / 이튿날 나간 20억원은 상장사가 보유한 RCPS 상환으로 본다 / 정관상 상환은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고 통지 절차도 필요했다
  • 대표이사 측 반박: 계약금이 아니라 MOU 단계의 지원금이었고 이튿날 20억원을 돌려줘 실제 유입은 30억원 / 22억여 원은 회사에 빌려준 채권을 회계상 상환 처리한 것이며 외부에 에스크로했다가 무산 후 반환 / RCPS를 상환한 사실이 없고 적자여서 상환 요건 자체를 충족할 수 없었다
  • 상장사 측·수사 상황: 인수를 위해 계약금 형태로 넣었다가 주주 협의 불발로 전액 회수했고 투자금은 손실 처리했다는 입장 / 경찰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송치(혐의 미확정) / 배경으로는 지출 근거가 불분명한 세금계산서, 금액이 먼저 정해지고 계약이 뒤따르거나 세금계산서 발행 후 계약서를 쓴 정황도 보도됐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상환전환우선주(RCPS) :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는 우선주. 벤처투자에서 흔히 쓰이며, 상환 재원과 절차가 상법과 정관으로 묶여 있다.
  • 영업양수도 : 회사의 영업을 통째로 넘기고 받는 거래. 자산 하나를 파는 것과 달리 영업권과 조직, 거래처가 함께 이동하므로 회사의 존립에 직결되고, 중요한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 배당가능이익 : 회사가 주주에게 나눠 줄 수 있는 한도.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그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이다(상법 제462조 제1항).

📚 관련 기준 본문

※ 아래 인용 상자는 법조문·기준서 원문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요건을 풀어 정리한 요약이다.

1. 형법 제355조·제356조,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 배임과 횡령

이득액 5억원에서 형이 갈린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도 같다(제355조).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같은 죄를 범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356조). 이때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된다(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 사건 연결: 경찰의 판단 구조를 조문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회사가 본계약도 없이 반환 채무를 떠안은 것이 임무 위배인지, 그 돈을 대표 개인 채권 변제와 투자자 자금 회수에 먼저 쓴 것이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것인지가 배임의 쟁점이다. 대표이사 측은 지원금이었고 적법한 채권 회수였다고 반박한다. 다툼의 핵심은 50억원의 성격과 개인 계좌를 거친 이유이며, 이는 재판에서 가려질 문제다. 다만 금액대가 특정경제범죄법의 가중 구간에 걸쳐 있다는 점은 사건의 무게를 보여 준다.

2. 상법 제345조·제462조 — 우선주 상환의 재원과 절차

‘회사의 이익으로써’라는 조건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이익으로써 소각할 수 있는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고, 정관에 상환가액·상환기간·상환방법·상환주식 수를 정해야 한다(제345조 제1항). 회사가 상환하는 경우 취득일 2주 전까지 해당 주주와 주주명부상 권리자에게 통지(또는 공고)해야 한다(제2항). 주주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종류주식도 정관으로 정할 수 있다(제3항). 현금 외의 자산을 대가로 교부할 때 그 장부가액은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할 수 없다(제4항).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적립된 준비금, 그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이다(제462조 제1항).

👉 사건 연결: 주주 측이 문제 삼는 지점이 여기다. 상환주식의 상환 재원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이익이다. 2021년에 38억원대 적자를 내고 이듬해 1월 자본잠식이었다면 배당가능이익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상환이 있었다면 재원 요건과 통지 절차 양쪽에서 문제가 되고, 대표이사 측 말대로 상환 자체가 없었다면 이튿날 나간 20억원이 어떤 명목이었는지가 다시 남는다. 어느 쪽이든 답은 계좌가 아니라 이사회 의사록과 정관, 주주 통지 기록에 있다. 앞서 다룬 합병가액 특별위원회 편에서 본 원칙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3. K-IFRS 제1032호 — 그 우선주는 자본인가 부채인가

자본잠식 판정이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금융상품의 발행자는 계약의 실질에 따라 금융부채와 지분상품을 분류한다. 발행자가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를 지면 금융부채다. 특히 보유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풋가능) 주식은 발행자가 상환을 회피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금융부채로 분류한다(제1032호 문단 11, 18). 반대로 상환 여부를 발행자가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지분상품으로 볼 여지가 생긴다.

👉 사건 연결: 같은 RCPS라도 회계기준에 따라 자리가 달라진다. 투자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K-IFRS에서는 부채로 잡혀 자본이 그만큼 얇아진다. 비상장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상환우선주를 자본으로 계상하는 실무가 흔하다. 그러면 장부상 자본잠식 시점과 실질적인 상환 부담 시점이 어긋난다. 이 사건에서도 ‘자본잠식이었느냐’는 판단은 결국 RCPS를 어디에 놓았느냐와 맞물린다. 투자계약서의 상환 조건을 회계처리와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다.

4. 외부감사법 제4조·시행령 제5조 — 감시의 사각지대

이 정도 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다

주권상장법인과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대상 기준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500억원 이상, 또는 자산 120억원 이상·부채 70억원 이상·매출 100억원 이상·종업원 100명 이상 가운데 2개 이상에 해당하는 회사다(시행령 제5조 제1항).

👉 사건 연결: 누적 40억원가량을 투자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은 이 기준에 대체로 미치지 못한다. 외부감사인이 없다는 것은 재무제표를 제3자가 검증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번처럼 자금 흐름과 세금계산서에 의문이 제기돼도 확인은 수사나 소송 단계에 가서야 이뤄진다. 투자자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정관, 주주간계약,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상법 제466조) 정도다. 감사받지 않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5. 조세범처벌법 제10조 — 계약보다 먼저 나간 세금계산서

거짓 기재와 가공 발행은 형이 다르다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야 할 자가 발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공급가액에 세율을 적용한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제1항). 통정하여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자도 같다(제2항). 나아가 재화나 용역을 실제로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세액의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항). 이를 알선·중개한 자도 같은 형에 처하며, 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가 알선하면 형의 2분의 1을 가중한다(제4항).

👉 사건 연결: 보도된 정황 가운데 회계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액이 먼저 정해지고 계약이 나중에 붙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계약서를 썼다’는 순서다. 거래의 실질이 먼저 있고 문서가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정상인데, 순서가 뒤집히면 문서가 실질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된다. 실제 공급이 없었다면 제3항의 가공 세금계산서 문제로 직행한다. 알선한 전문가에게 형이 가중된다는 제4항도 같이 읽어 둘 대목이다.

🔍 시사점

  1. 돈의 순서가 곧 증거가 된다 : 입금 당일 3분 사이의 개인 계좌 이체, 이튿날의 재이체. 자금 흐름은 의도를 직접 말해 주지 않지만 순서와 시각은 남는다. 분쟁이 생기면 이 타임라인이 가장 먼저 펼쳐진다.
  2. 계약 없는 계약금은 회사에 채무를 남긴다 : 본계약 전에 받은 돈은 거래가 무산되면 돌려줘야 하는 부채다. 자본잠식 회사가 반환 채무를 떠안는 결정이라면, 그 자체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따져 볼 사안이 된다.
  3. 우선주 상환은 재원과 절차 둘 다 본다 : 상법은 상환 재원을 회사의 이익으로 묶고 통지 절차를 요구한다. 투자금 회수를 서두르더라도 이 두 관문을 건너뛰면 상환 자체가 다툼거리가 된다.
  4. RCPS의 위치가 자본잠식 판정을 바꾼다 : 투자자에게 상환청구권이 있다면 K-IFRS에서는 부채다. 적용 기준에 따라 장부상 자본은 같은 회사에서도 달라 보인다. 투자계약의 상환 조건과 회계처리를 한 화면에 놓고 봐야 한다.
  5. 감사받지 않는 회사의 장부는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다 : 외부감사 대상 기준에 미달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제3자 검증이 없다. 투자자는 정관과 주주간계약, 회계장부 열람권으로 스스로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
  6. 문서의 순서가 뒤집히면 의심이 시작된다 : 금액이 먼저, 계약이 나중. 세금계산서가 먼저, 계약서가 나중. 회계조작 의혹은 대개 이 순서에서 출발한다. 반대로 말하면, 정상적인 거래는 순서만 지켜도 상당 부분 스스로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