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잔고에 뚫린 VC 실사…스타트업 회계부정의 구조적 맹점

📅 2026년 8월 16일 |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핵심 요약

큐마켓 운영사 애즈위메이크의 재무자료 위조 의혹을 계기로, 스타트업 회계조작이 되풀이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지적이 벤처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심사역 한 명이 수십 곳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VC·AC가 모든 피투자사의 재무 실체를 상시 검증하기 어렵고, 감사보고서·잔고증명서를 사실로 전제한 채 심사가 진행되며, 후속 라운드는 앞선 투자자의 검증을 믿고 실사 강도를 낮추는 관행이 맞물린다는 것이다. 진술·보장(R&W) 조항도 회사에 자금이 없으면 회수로 이어지기 어려워, 감시 강화 대신 ERP 시스템 지원과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창업자·투자자 교육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 애즈위메이크·센시 등의 의혹은 수사·실사 진행 단계로,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 발단: 애즈위메이크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은행잔고 조작 자료 투자자 제출 의혹 / 손수영 대표 8/5 사임 / 2022.11 시리즈A~지난해 12월 20곳 넘는 투자사, C2 제외 260억원가량 유치(2028년 코스닥 상장 추진 중이었음) → 대부분 법적 대응
  • 반복 사례: 점자콘텐츠 스타트업 ‘센시’ 해외 매출·영업이익 허위 의혹→감사의견 거절 후 서인식 대표 미국 잠적·투자금 횡령 수사 / 한 스타트업은 재무팀장이 몰래 만든 법인카드로 게임아이템 약 18억 결제
  • 실사 한계: 심사역 1인당 수십 곳 담당 / 감사보고서·잔고증명서를 사실로 전제 / 후속 라운드는 앞선 투자자 검증 신뢰로 실사 강도↓ / 의심 전제로 자료 요구 시 신뢰관계 균열·고성장 기업 투자경쟁으로 실사시간↓
  • 구조적 침묵: 문제 제기가 곧 투자한 회사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 한 VC는 이상징후에도 본격 실사 대신 보유 구주만 조용히 처분
  • 대안: 진술·보장(R&W) 실효성 제한(자금 없으면 회수 난망) / VC가 ERP·데이터룸 구축 지원(중기부 정책화 제안,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 ‘회사=법인, 창업자와 별개 인격’이라는 주식회사 제도 이해 교육 필요(소유·경영 분리, 의사결정 절차화, 회계 투명성)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진술 및 보장(R&W) : 투자·인수 계약에서 회사가 제공한 재무자료 등이 사실임을 확약하는 조항. 사실과 다르면 투자금 반환·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회사에 자금이 남아있지 않으면 실제 회수가 어렵다.
  • 주식회사·유한책임 : 회사(법인)와 창업자를 별개 인격으로 보는 제도. 회사·개인 재산이 분리되고 주주는 출자한 만큼만 책임진다. 그 대가로 소유·경영 분리, 의사결정 절차화, 회계 투명성이 요구된다.
  • 데이터룸 : 실사 과정에서 회사의 재무·계약·인사 등 핵심 정보를 정리해 투자자에게 열람시키는 가상 공간.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기본 인프라이지만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 관련 기준 본문

1. 회계감사기준서(KSA) 505 · 240 — 외부조회와 부정 위험

제3자 직접 확인과 문서의 진정성

은행 잔액 등은 제3자(조회처)로부터 직접 입수한 외부조회로 확인하며(KSA 505), 부정 위험을 평가할 때에는 문서가 진정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적 의구심을 갖고 고려하고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여야 한다(KSA 240).

👉 사건 연결: 잔고증명서·감사보고서를 ‘사실로 전제한 채’ 심사가 진행되는 관행이 조작에 취약한 핵심 지점이다. 감사에서는 이런 문서조차 발급 주체(은행·회계법인)에 직접 조회하고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요구한다. 투자 실사가 이 원칙을 갖추지 못하면, 위조된 서류가 여러 라운드를 통과하며 걸러지지 않는다. 앞서 다룬 애즈위메이크 건에서 회계법인이 “발급한 적 없는 형태”라고 답한 것이 바로 이 직접 조회로 드러난 사례다.

2. 외부감사법 제4조 · 제8조 — 외부감사 대상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 범위와 내부통제

직전 사업연도 자산 120억원 이상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주식회사·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며(제4조·시행령 제5조), 회사는 신뢰할 수 있는 회계정보 작성을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갖추어야 한다(제8조). 요건에 미달하는 초기·소규모 비상장 기업은 외부감사·내부통제 규율이 적용되지 않거나 느슨하게 적용된다.

👉 사건 연결: 초기 스타트업 상당수는 외부감사 의무 대상이 아니거나 내부통제가 미비해, 재무자료의 신뢰성이 제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상장사와 달리 공시·감리의 그물 밖에 있어 자료 검증이 투자자 실사에 크게 의존한다. ERP 지원·데이터룸 구축 제안은 이 제도적 공백을 자율적 인프라로 메우려는 시도다.

3. 상법 제169조·제331조 — 법인격과 주주 유한책임

회사와 개인의 분리

회사는 법인으로 한다(상법 제169조). 주식회사의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유한책임을 진다(제331조). 이러한 구조는 회사와 개인의 재산 분리, 소유와 경영의 분리, 회계 투명성을 전제로 성립한다.

👉 사건 연결: ‘몰래 법카’처럼 대표·임직원 개인과 회사 자금을 뒤섞는 것은 회사(법인)와 개인을 별개 인격으로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유한책임이라는 혜택은 회계·정보의 투명성이라는 의무와 짝을 이룬다. 창업자·투자자 모두 주식회사 제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은, 회계부정이 기법 이전에 제도 몰이해에서 출발한다는 진단이다.

4. 진술·보장 조항 · 형법 제356조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 사후 구제의 한계

계약상 구제와 형사책임

투자계약의 진술·보장(R&W) 위반 시 투자금 반환·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회사에 변제 자력이 없으면 실제 회수는 제한된다. 한편 회삿돈을 임의로 유용하면 업무상 횡령(형법 제356조), 허위 재무자료로 투자자를 기망해 이득을 취하면 사기가 성립할 수 있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가중된다.

👉 사건 연결: R&W는 사후 구제 수단이지만, 조작이 드러날 즈음이면 회사에 자금이 남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횡령·사기 형사고소로 이어지지만, 이미 손실은 발생한 뒤다. 사후 소송·형사보다 사전 검증과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는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 시사점

  1. 실사의 물리적 한계 : 심사역 1인이 수십 곳을 담당하는 구조에서 모든 재무 실체를 상시 검증하기는 어렵다. 실사 소홀을 개인의 태만으로만 볼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이 자리한다.
  2. ‘전제된 신뢰’의 취약성 : 감사보고서·잔고증명서를 사실로 전제하고 후속 라운드가 앞선 검증을 믿으면, 위조가 한 번 통과할 때 여러 단계가 함께 뚫린다. 문서의 진정성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방어선이다.
  3. 문제 제기가 부른 침묵 : 의심을 드러내면 신뢰가 깨지고, 실사가 회사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가 침묵을 만든다. 구주만 조용히 처분하는 관행은 시장 전체의 검증 유인을 약화시킨다.
  4. R&W의 실효성 한계 : 계약상 구제는 회사에 자력이 있어야 작동한다. 조작이 드러날 때쯤엔 회수가 어려워, 사후 조항보다 사전 검증·시스템이 우선이다.
  5. 감시에서 시스템으로 : ERP·데이터룸 지원은 감시 강화 대신 투명성을 구조화하는 접근이다. 스타트업이 상장사에 준하는 체계를 갖추면 국내외 투자 신뢰도 함께 올라간다.
  6. 회계부정의 뿌리는 제도 몰이해 : 회사와 개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주식회사 제도 몰이해가 자금 혼용·부실 통제의 뿌리다. 기법 대응을 넘어 창업자·투자자 교육이 재발 방지의 근본 대책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