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31일 |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단독)
💡 핵심 요약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전환사채 등 복합금융상품 평가에 실무 표준처럼 쓰이던 TF모형(Tsiveriotis-Fernandes)이 리픽싱 등 복잡한 경로의존적 조건에는 부적합하다는 시장의 지적을 수용하고, 실무사례 보완과 단계적 개정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회계기준원·금감원 등 당국은 ‘소관이 아니다’, ‘당사자 판단’이라며 소극적이고, 대형 회계법인 심리실의 ‘TF모형 아니면 통과 불가’ 관행 탓에 LSMC 등 대안모형이 배척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문제 제기: 천태철 현무회계법인 공인회계사). 2025년 결산에서 파생자산이 원금을 초과해 인식되거나 리픽싱이 있는데도 파생부채를 0원(자본)으로 처리하는 등 ‘고무줄 회계’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 한공회, TF모형의 구조적 한계 인정 → 적용전제·한계·주의 문구 보강 우선 추진 후 전문가 검토 거쳐 단계적 개정 방침
- 당국 대응: 금융위 “자체 발간물, 감독대상 아님” · 회계기준원 “평가기법은 당사자 판단” · 금감원 “감리 참고” 수준
- 근본 원인: 대형 회계법인 심리실의 경직성 — ‘TF 방식 아니면 심리실 통과 불가’라는 인식으로 대안모형(LSMC 등) 배척
- A사: 270억원 영구CB에 파생자산 500억원 인식(원금의 약 2배) / B사 등 4곳: 콜(자산)·풋(부채)옵션에 상이한 모형 혼용해 내적 일관성 붕괴
- C사 등: 상·하향 리픽싱 있음에도 금감원 유권해석(회제이-00094)을 방패로 파생부채 0원(자본) 처리해 부채비율 위장 / 스마일게이트(RPG)는 부채로 분류해 5357억 파생부채 평가손실 인식 → 법원 “원칙 부합해도 신의칙 악용은 위법” 1심 판시
※ 스마일게이트RPG 판결(1심) 보충: 라이노스자산운용이 매입한 200억 CB와 관련해, 회사가 2021년 전환권을 ‘자본’으로 뒀다가 2022년 ‘부채’로 재분류하며 5357억 파생부채 평가손실을 반영, 그 순손실을 근거로 상장의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한 것을 법원이 신의칙 위반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를 계약상 동의가 필요한 ‘중대한 자본구조 변동’의 독단 처리로도 판단했다. 인정 배상액은 보도마다 상이하다(약 1000억~3600억원대 보도).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 주가 하락 등 일정 조건 발생 시 CB의 전환가액을 낮춰 전환 시 받을 주식 수를 늘려주는 조항. 발행 주식 수가 변동하므로 ‘확정 수량’ 요건을 깨뜨려 회계상 자본/부채 분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 TF모형·LSMC : TF모형은 CB를 주식요소와 채권요소로 나눠 평가하는 기법으로 단순 조건엔 유용하나 경로의존적 조건엔 한계가 있다. LSMC(최소자승 몬테카를로)는 다수의 주가 경로를 시뮬레이션해 복잡한 옵션을 평가하는 대안 기법이다.
- 내재파생상품 분리 : 주계약(사채)에 포함된 파생상품(전환권·콜·풋옵션 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를 분리해 공정가치로 별도 인식하는 회계처리. 분리·측정을 잘못하면 파생자산·부채가 왜곡된다.
📚 관련 기준 본문
1. K-IFRS 제1113호 『공정가치 측정』 — 평가기법의 적절성과 일관성
문단 61 (평가기법의 선택)
공정가치를 측정할 때에는 상황에 적합하며 관측가능한 투입변수의 사용을 최대화하고 관측가능하지 않은 투입변수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 충분한 자료를 구할 수 있는 평가기법을 사용한다.
문단 65 (평가기법의 일관된 적용)
공정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평가기법은 일관되게 적용한다. 다만 평가기법이나 그 적용의 변경은 그 결과가 측정일 현재의 공정가치를 똑같이 또는 더 잘 나타내는 경우에만 적절하다.
👉 사건 연결: 기준은 특정 모형을 강제하지 않으며, 상황에 적합하고 실질을 더 잘 반영하는 기법을 요구한다. 리픽싱 등 경로의존 조건에는 TF모형보다 LSMC가 실질을 더 잘 나타낼 수 있음에도 심리실 관행으로 배척된다면, 이는 문단 61·65의 취지에 어긋난다. 콜·풋옵션에 서로 다른 모형을 섞어 쓴 B사 사례는 ‘일관된 적용’ 원칙 위배로 볼 여지가 크다.
2. K-IFRS 제1032호 『금융상품: 표시』 — 리픽싱과 자본/부채 분류
문단 16 · 22 (자기지분상품 결제와 ‘확정 대 확정’)
자기지분상품으로 결제되는 계약이 지분상품이 되려면, 확정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확정 금액의 현금 등과 교환하여 결제하는 경우(fixed-for-fixed)여야 한다. 인도할 자기지분상품의 수량이 변동하는 계약은 지분상품이 아니라 파생상품(금융부채·자산)에 해당한다.
👉 사건 연결: 하향 리픽싱이 붙으면 전환 시 발행 주식 수가 주가에 따라 달라져 ‘확정 수량’ 요건이 깨진다. 따라서 전환권은 자본이 아니라 파생부채로 분리 인식하는 것이 원칙이다. C사 등이 리픽싱이 있는데도 파생부채를 0원(자본)으로 처리해 부채비율을 낮췄다면, 이 조항의 핵심 요건을 우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회사들이 방패로 삼은 과거 금감원 유권해석의 사정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별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3. K-IFRS 제1109호 『금융상품』 — 내재파생상품의 분리와 측정
문단 4.3.3 (내재파생상품 분리 요건)
주계약이 금융자산이 아닌 복합계약의 경우, 내재파생상품의 경제적 특성·위험이 주계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않고, 조건이 같은 별도 상품이 파생상품 정의를 충족하며, 복합계약을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내재파생상품을 분리하여 회계처리한다.
👉 사건 연결: 분리된 파생자산·부채는 각각 공정가치로 측정되며, 상호 연관된 옵션은 그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값이 실질에 부합한다. 270억 CB에 파생자산 500억이 잡힌 A사 사례는 측정의 내적 일관성이 무너진 전형이며, 콜·풋옵션에 상이한 기초변수를 적용한 B사도 같은 문제를 안는다. 원금을 초과하는 파생자산은 경제적 실질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신호다.
4. 회계감사기준서(KSA) 540 — 회계추정치에 대한 감사
회계추정치의 합리성과 경영진 편의 평가
감사인은 공정가치 등 회계추정치와 관련 공시가 적용 재무보고체계에 따라 합리적인지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여야 하며, 사용된 평가기법·가정·투입변수의 적절성과 경영진 판단에 편의(bias)의 징후가 있는지를 평가하여야 한다.
👉 사건 연결: 복합금융상품 평가는 대표적인 회계추정치로, 감사인은 모형의 적절성을 실질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심리실이 특정 모형만 ‘통과’ 기준으로 삼으면, 실질에 더 부합하는 기법이 오히려 배척되는 역설이 생긴다. 감사의 목적이 형식적 통일이 아니라 실질의 충실한 표현임을 상기시키는 지점이다.
🔍 시사점
- 기준은 모형을 강제하지 않는다 : K-IFRS 1113은 특정 평가기법이 아니라 실질을 가장 잘 반영하는 기법을 요구한다. ‘TF모형만 인정’하는 관행은 기준의 원칙보다 실무 편의가 앞선 결과로, 실질과의 괴리를 키운다.
- 리픽싱이 분류를 가른다 : 하향 리픽싱은 ‘확정 수량’ 요건을 깨 전환권을 파생부채로 만든다. 이를 무시하고 자본(0원)으로 처리하면 부채비율이 왜곡돼 재무건전성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
- 원금 초과 파생자산의 경고 : 파생자산이 원금을 넘어서는 평가는 측정의 내적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강한 신호다. 옵션 간 상호작용과 기초변수의 정합성 점검 없이는 자산이 비상식적으로 부풀려질 수 있다.
- 당국 공백과 책임의 분산 : 실무가이드가 ‘참고자료’라는 이유로 어느 기관도 관할을 인정하지 않는 사이, 준규범처럼 작동하는 모형이 시장을 지배해 왔다. 실효성 있는 해석·감독 체계의 공백이 왜곡을 방치한다.
- 원칙과 신의칙의 긴장 : 스마일게이트 1심 판결은 회계기준에 부합하는 처리라도 그 여지를 악용해 투자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면 위법하다고 봤다(자본→부채 재분류를 상장의무 회피에 활용). 기계적 회계 논리가 계약의 본질과 경제적 실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함의다.
- 밸류업의 전제는 신뢰 : 부적절한 평가가 순자산을 왜곡하면 PBR·ROE 등 밸류업 지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복합금융상품 회계의 신뢰 회복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숨은 전제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