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29일 |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 핵심 요약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제품 개발 완료나 글로벌 파트너십 본계약 이전에 공장부터 짓는 사례가 반복되지만, 기대와 달리 성공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설자금 명목으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하만 실제 공장 건설에 쓰이고 상당 부분이 연구개발비·운영자금으로 전용되면서, 공장 건설이 자금조달의 명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전환사채로는 자기자본 확충이 되지 않아 유상증자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려는 상장유지 압박이 자리한다.
- 조달 자금 중 공장 건설 실사용 비중: 펩트론 54%, 진원생명과학 40%, 헬릭스미스 38%
- 펩트론: 릴리 본계약 불확실 속 제2공장 연면적 2.5배(약 1.2만㎡→3만㎡) 확대, 투자액 650억→890억원
- 헬릭스미스·큐라티스: 허가·계약 없이 CDMO 공장 건설 → 성과 부진 끝에 피인수
- 진원생명과학: VGXI 투입 선급금·대여금 1404억원(자산의 73.45%) → 팬데믹 종료 후 완전자본잠식
-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3700억원 오송공장 2026년 1분기 실질 생산실적 0ℓ, 부동산은 최대주주 채무보증 담보로 설정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 계속사업에서 법인세를 반영하기 전 단계의 손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의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자기자본 대비 비율로 관리된다.
- 개발비 자산화 : 연구개발 지출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개발단계 지출만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는 것. 요건을 못 채우면 전액 당기 비용으로 처리돼 손실이 커진다.
- CDMO(위탁개발생산) : 의약품의 개발·생산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업. 자체 파이프라인 매출이 없는 바이오벤처가 공장 가동률과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택하는 방안이지만, 수주가 없으면 대규모 유휴설비로 남는다.
📚 관련 기준 본문
1. K-IFRS 제1038호 『무형자산』 — 개발비 자산화 요건
문단 57 (개발단계 지출의 자산 인식 요건)
개발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다음을 모두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1)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2) 완성하여 사용·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3) 사용·판매할 수 있는 능력 (4) 미래경제적효익을 창출하는 방법 (5) 개발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자원의 입수가능성 (6)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
👉 사건 연결: 임상·허가가 완료되지 않은 신약 파이프라인은 (1)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관련 R&D 지출 대부분이 자산이 아닌 당기 비용으로 처리된다(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대체로 규제기관 승인 시점 이후 지출만 자산화하는 보수적 관행). 시설자금으로 조달한 돈이 R&D로 전용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 법차손이 확대되고, 이는 곧 관리종목 지정 위험(아래 4번)으로 이어지는 회계적 연결고리가 된다.
2. K-IFRS 제1036호 『자산손상』 · 제1109호 『금융상품』 — 유휴설비와 대여금의 손상
제1036호 문단 9·12 (손상징후 검토와 내부정보원천)
[문단 9] 기업은 매 보고기간말에 자산손상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징후가 있으면 회수가능액을 추정한다. [문단 12] 손상징후에는 다음 내부정보가 포함된다. 자산이 진부화되거나 물리적으로 손상된 증거, 자산의 사용범위·사용방법에서 불리한 변화(가동중단·구조조정 등), 자산의 경제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부보고상의 증거.
👉 사건 연결: 생산실적이 ‘0ℓ’인 에이프로젠 오송공장(유형자산)은 전형적인 손상징후에 해당해, 회수가능액을 재추정하고 제1036호에 따라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 반면 진원생명과학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VGXI에 내준 대여금·선급금은 금융자산이므로, 손상은 제1036호가 아니라 제1109호의 기대신용손실(ECL) 모형으로 측정한다. 자산 유형에 따라 적용 기준이 갈리지만, ‘경제적 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손상의 본질은 같고, 어느 쪽이든 이미 적자인 재무구조를 추가로 훼손한다.
3. K-IFRS 제1032호 『금융상품: 표시』 — 전환사채의 부채 분류
문단 15~16 (부채와 자본의 구분)
금융상품의 발행자는 계약의 실질과 금융부채 및 지분상품의 정의에 따라 최초 인식시점에 그 금융상품이나 구성요소를 금융부채 또는 지분상품으로 분류한다. 거래상대방에게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 부분은 지분상품이 아니라 금융부채에 해당한다.
👉 사건 연결: 전환사채는 상환의무(부채요소)를 포함하므로 회계상 부채로 잡혀 자기자본을 늘리지 못한다. 관리종목 지정 기준이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인 만큼, 자본을 실제로 늘리려면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된다. 바이오벤처가 반복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회계·규정상 배경이 여기에 있다.
4.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 관리종목 지정 요건(법차손·매출액)
법차손·매출액 요건
거래소는 보통주식 상장법인이 다음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법차손 :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서 각각 자기자본의 100분의 50을 초과(동시에 10억원 이상)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한 경우. 매출액 미달 :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일정 기준 미만인 경우(기술성장기업 등은 세칙에 따른 유예 적용).
👉 사건 연결: 큐라티스의 2024년 법차손 비율이 128.3%까지 치솟은 사례처럼, 이 요건은 바이오벤처에 직접적인 생존 압박으로 작동한다. 기술특례 상장 후 법차손 유예가 끝나면 자기자본 확충과 매출 확보가 절실해지고, 그 해법으로 유상증자와 CDMO 공장이 동원되는 구조가 이 기사의 핵심이다. ※ 참고: 매출액 요건은 오랫동안 ’30억원 미만’이었으나, 2025~2026년 상장폐지 제도 개편(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 방안)으로 기준이 단계적으로 상향되고 있어, 현재·향후 적용 금액은 개정 규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기사가 ’30억원’을 종전 요건(“~이었던”)으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시사점
- ‘공장’이라는 명분 : 실사용 비중이 38~54%에 그친다는 것은 시설자금이 사실상 R&D·운영자금 조달의 우회 통로가 됐음을 시사한다. 자금사용목적과 실제 집행의 괴리는 증권신고서 신뢰성 측면에서도 점검이 필요한 지점이다.
- 개발비 회계의 그림자 : 허가 전 파이프라인은 개발비 자산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R&D가 곧바로 비용이 된다. 시설투자로 자금을 조달해도 비용은 손익을 갉아먹어 법차손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가동 없는 설비는 손상 대상 : 생산실적 0ℓ, 수주 공백, 완전자본잠식은 모두 손상징후다. 유형자산은 1036호로, 대여금 등 금융자산은 1109호 기대신용손실로 손상이 현실화돼 재무구조를 이중으로 압박한다.
- 전환사채의 한계 : CB는 부채로 잡혀 자기자본을 늘리지 못한다. 관리종목 기준이 자기자본 대비 비율인 이상, 자본확충은 유상증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주주가치 희석이 반복된다.
- 상장유지 요건의 압박 : 법차손 50%·매출액이라는 관리종목 요건은 임상 성과가 더딘 바이오벤처에 구조적 부담이다. ‘공장→CDMO 매출’이 임시방편에 그치면 관리종목·상장폐지 위험으로 직결되며, 매출 기준 상향 흐름은 이 부담을 더 키운다.
- 선제 투자와 무리수의 경계 : 미국 기준 공장은 가동까지 시간이 걸려 선제 건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구체적 가동·수주 계획 없는 건설은 리스크이며, 본계약·허가 진척과 연동된 단계적 투자 규율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