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6.15 | 리걸타임즈 · [한국에서의 주주행동주의 사례 ①] (최영익·이종은·이진아 변호사, 정윤주 외국변호사 · 법무법인 넥서스)
💡 핵심 요약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2018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4년간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을 상대로 벌인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법률적 쟁점 중심으로 정리한 글이다. 실질주주명부 전자파일 확보 분쟁, 상장회사 주주제안권 특례 적용 문제, 5%룰 위반에 따른 의결권 제한, 산업은행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신주발행금지가처분 등 경영권 분쟁의 핵심 법적 공방을 짚는다. KCGI는 조현아 전 부사장·반도그룹과 ‘3자 연합’을 형성해 지분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보유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캠페인을 종료했다.
- KCGI의 정체성 — 2018년 설립. 사명 자체가 슬로건이었다. 설립 당시 약칭은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 기업지배구조 향상), 현재는 Korea Climate & Governance Improvement로 바뀌었다.
- 실질주주명부 전자파일 확보 — 한진칼은 정관에 전자주주명부 규정이 없어 파일복사 방식 열람이 불가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상법 제396조 제2항의 열람·등사 대상에 전자문서 일반이 포함된다며 ‘USB 등 저장장치 복사’를 허용. KCGI는 소액주주 3만 5천여명(2018.12말 기준)의 전자파일을 확보.
- 1차 주주제안(2019) — 의안상정가처분에서 1심은 사내이사 선임 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 상정을 인용(2019카합20313). 그러나 한진칼의 즉시항고를 서울고법이 받아들이면서 최종적으로 주주제안 전부가 안건에서 제외.
- 주주제안권 특례 논란 — KCGI의 SPC 그레이스홀딩스가 9% 지분을 보유했으나 설립(2018.8.28) 6개월 미경과로 보유기간 요건 미충족. 서울고법은 상장회사 특례 조항의 우선 적용을 이유로 주주제안을 배제(2019라20280). 이후 2020.12.29 상법 개정으로 입법 해결.
- 3자 연합과 5%룰 — 2020년 1월 KCGI·조현아(6.49%)·반도그룹(8.29%) 합계 32.06% 공동보유 공시. 반도그룹이 경영참가 목적 변경 보고를 지연해 5% 초과분 3.2% 의결권이 제한되는 타격(2020카합20509). 2020년 정기주총에서 3자 연합 주주제안 17건 전부 부결.
- 산업은행 유상증자 —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 5,000억+교환사채(EB) 3,000억 등 총 8,000억원 조달(산업은행 10.66% 취득). 법원은 아시아나 인수·유동성 확보라는 경영상 목적을 인정해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기각(2020카합22150).
- 캠페인 종료 — 2021년 4월 3자 연합 공동보유계약 종료·해체. 2022.3.21 KCGI가 보유 지분 17.27% 중 13.97%를 호반건설에 5,640억원에 장외매각. 최초 매입가 3,614~3,776억원(주당 평균 31,105~32,496원) 대비 약 2배 차익 실현.
🗣️ 필자의 말 (원문 인용)
“주주를 대리해서 회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첫걸음은 2002년 2월 28일에 개최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였다. … 당시에는 ‘주주행동주의’라는 용어 자체를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주주총회장에서 다른 주주들로부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많이 들었다(이런 상황은 2015년도에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 대해 반대할 때는 더 심해지기까지 했었다).” — 최영익 변호사
“한진칼에 대한 투자금 회수 여건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매각 방식이 아니라, 기업 경영진을 돕고 잘못된 의사결정에는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매수자에게 일괄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앞으로도 한진칼의 소수주주로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 KCGI, 2022년 지분 매각 당시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 주주가 배당·지배구조·이사회 구성 등 회사 경영에 적극 개입하여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활동.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위임장 대결(표대결)·공개 캠페인 등의 형태로 발현되며, KCGI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 실질주주명부와 전자증권제도 — 과거 증권예탁제도 하에서는 예탁결제원이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해 주주명부상 주주가 되고 실제 권리자는 공유지분권만 가졌다. 그래서 주주명부를 열람해도 대부분 ‘한국예탁결제원’으로만 기재돼 실제 주주를 알 수 없었고, 이를 보완한 것이 실질주주명부였다. 2019.9.16 전자증권(전자등록)제도 시행으로 실물 발행이 금지되고 등록계좌부 등록자가 곧 주주명부상 주주가 되면서, 실무도 실질주주증명서 → 소유자증명서 발급으로 바뀌었다.
- 대량보유보고(5%룰) — 주권상장법인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그 보유상황·보유목적 등을 5일 이내에 금융위원회·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자본시장법 제147조).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일반투자·경영참가로 구분하며, 고의·중과실로 허위 또는 지연 보고 시 매수일부터 정정보고 후 6개월까지 5% 초과분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중대한 불이익이 따른다.
- 제3자 배정 신주발행 —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 상법상 신주인수권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있으므로,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지배권 방어를 위한 배정은 위법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 공동보유자와 특별관계자 — 5%룰에서 지분을 합산 계산하는 단위. 특수관계인(친족·지배관계 등)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자를 포함한다. ‘3자 연합’처럼 별개 주체가 연대하면 합산 공시 의무가 생기고, 반대로 상대 진영의 우호지분을 ‘숨은 특별관계자’로 몰아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벌어진다.
📚 관련 기준 본문
상법 — 주주명부의 열람·등사와 전자주주명부
제396조 제2항 (정관 등의 비치·공시의무)
주주와 회사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제1항의 서류(정관·주주명부·사채원부 등)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제352조의2 (전자주주명부)
①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문서로 주주명부(이하 “전자주주명부”라 한다)를 작성할 수 있다.
③ 전자주주명부의 비치·공시와 열람의 방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시행령 제11조 제2항: 주주는 서면 또는 파일의 형태로 열람·등사 청구 가능)
한진칼은 정관에 전자주주명부 규정이 없으므로 전자적으로 보관하던 실질주주명부가 상법상 ‘전자주주명부’에 해당하지 않아 파일복사 방식의 열람·등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열람·등사 대상인 제396조 제2항의 서류에는 전자문서 일반이 포함되며, 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적 취지상 ‘USB 등 컴퓨터 저장장치로의 복사’도 허용된다고 보아, ‘전자주주명부’가 아니라는 사정만으로 파일복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다툼의 실질을 이해하려면 숫자를 보아야 한다. 한진칼의 2018년 12월 말 기준 소액주주는 3만 5천여명. 하드카피로 받으면 3만 5천명의 이름·주소·소유주식수가 적힌 두꺼운 문서일 뿐이고, 소유 주식수 순으로 정렬조차 할 수 없다. 위임장 확보를 위해 접촉해야 할 ‘유의미한 지분 보유 주주’를 골라내는 데만 한세월이 걸린다. 즉 하드카피 제공은 형식적으로는 열람권 이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력화 전술이었고, 법원이 ‘실효성 있는 열람·등사’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법 — 소수주주권(주주제안권)의 상장회사 특례
제363조의2 제1항 (주주제안권 · 일반요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일의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제542조의6 제2항 (상장회사 특례요건) · 제542조의2 제2항
[제542조의6 제2항]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천분의 10(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천분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는 제363조의2에 따른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제542조의2 제2항] 이 절은 이 장 다른 절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제542조의6 제10항 <신설 2020.12.29.>
제1항부터 제7항까지는 제542조의2제2항에도 불구하고 이 장의 다른 절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당시 쟁점은 상장회사 주주제안권 행사에서 일반조항(3% 보유)과 상장회사 특례조항(1%·0.5% 보유 + 6개월 의무보유)이 중첩 적용되는지 여부였다. KCGI의 SPC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9%를 보유했지만 2018년 8월 28일 설립되어 6개월 의무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서울고법은 세 가지 근거로 6개월 보유 요건 충족을 요구했다(2019라20280). ① 문언 — ‘우선하여’의 의미를 존중하려면 상장회사는 보유기간까지 구비해야 한다. ② 개정 연혁 — 상장회사 소수주주권 행사에서 일반조항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이 입법자 의도였다. ③ 입법취지 — 행사 요건에 기간을 추가해 남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결론은 2015년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서울중앙지법 2015카합80582)과 논리를 같이하며 소수주주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2020.12.29 개정 상법이 제542조의6 제10항을 신설해 두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도록 입법적으로 정리했다.
제386조 제1항 (결원의 경우) — 1차 주주제안에서 갈린 지점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員數)를 결한 경우에는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
2019년 의안상정가처분(서울중앙지법 2019카합20313, 2019.2.28)에서 KCGI는 한진칼 이사 3명 전원에게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걸려 결원이 발생했다며 신규 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구했다. 법원은 “직무집행정지 이사는 이사로서의 지위는 보유하되 단지 그 직무를 집행하는 것이 정지됨에 불과”하여 제386조 제1항의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사내이사 선임 건만 제외하고 나머지 안건은 상정을 인용했다. 결국 이 인용 부분마저 즉시항고 단계에서 뒤집혔다(위 2019라20280).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 대량보유보고(5%룰)
제147조 제1항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
주권상장법인의 주식등을 대량보유(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보유하게 되는 주식등의 수의 합계가 그 주식등의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하게 된 자는 그 날부터 5일 이내에 그 보유상황, 보유 목적, 그 보유 주식등에 관한 주요계약내용 등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여야 한다.
반도그룹은 2019년 10월 단순투자목적으로 지분을 공시하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까지 첨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반도그룹 권홍사 회장이 2019년 12월 10일 및 12월 16일 조원태 대표에게 임원 선임에 관해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영향력 행사의 목적이 배제된 단순한 의견 전달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늦어도 2019.12.16에는 보유목적이 경영참가로 변경됐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5일 내 변경보고를 하지 않아 5% 공시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했다고 판단, 5% 초과분 3.2%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었다(2020카합20509).
특별관계자·공동보유자 판단 — 자가보험·사우회 사건(2020카합20559)
3자 연합은 역으로 한진칼 우호주주인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 3.7%를 겨냥해, 조원태가 대한항공을 통해 이들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특수관계인이자 공동보유자이며 이를 보고에서 누락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세 가지 이유로 기각했다.
- ‘출연’과 ‘출자’는 다르다 — 재산 출연은 단순 자본 공여일 뿐, 그로 인해 법인과 지배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 겸직만으로는 부족 — 대한항공 임직원이 자가보험 운영위원직을 겸직한다고 해서 임원 선임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의결권 불통일 행사 — 자가보험은 안건별로 임직원의 찬반 의사를 조회해 그 비율대로 의결권을 불통일 행사하고 있어, 계속적·지배적 영향력이나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를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2020년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의 주주제안 17건은 모두 부결되었다.
상법 — 제3자 배정 신주발행
제418조 제1항·제2항 (신주인수권)
①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
② 회사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89542 판결
회사가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의 개선 등의 사유가 없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KCGI는 산업은행 대상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이라며 2020년 11월 18일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세 가지 이유로 기각했다(2020카합22150).
- 정당한 경영상 목적 —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과의 전략적 자본 제휴를 통해 유동성 부족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거래로, 한진칼 정관상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 ‘긴급한 자금조달‘에 해당한다.
- 대안의 부적합 — 산업은행이 거래의 전제조건으로 ‘한진칼 지분 보유’를 제시했으므로, KCGI가 내놓은 무의결권 우선주 발행이나 주주배정 방식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없다.
- 중립적 감독 지위 — 산업은행은 ‘7대 의무 약정’ 체결을 요구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한진칼과 그 경영진을 중립적 위치에서 감독하는 지위에 있을 뿐, 단순 우호주주로 볼 수 없다.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을 위법으로 본 위 대법원 법리에도 불구하고,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 유상증자로 산업은행이 10.66%를 취득하면서 한진칼 측 합산 지분이 3자 연합을 넘어섰고, 분쟁의 향방이 사실상 결정됐다.
📅 종결 국면 — 지분 정리의 궤적
- 2021.3 —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칼 주식 5만 5천 주를 KCGI에 매도, 지분율 5.75% → 5.66%로 감소
- 2021.4 — 3자 연합 공동보유계약 종료, 특별관계 해소로 연합 해체. KCGI는 “올바른 결정은 지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견제·감시하겠다”고 발표
- 2022.3.21 — KCGI, 보유 17.27% 중 13.97%를 호반건설에 5,640억원에 장외매각
- 2022.9.1 — 반도그룹, 보유 17.91% 중 2.16%만 남기고 전량 매도
- 2025.12.31 기준 — 조현아 전 부사장, 한진칼 지분 전량 처분 완료
- 2026.12.17 예정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통합 대한항공‘ 출범
🔍 시사점
- 주주명부 확보는 행동주의의 출발점이다. 위임장 대결·표대결의 전제는 ‘실제 주주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상장회사는 5% 이상 주주만 공시 대상이므로, 4.9%를 보유한 ‘큰 손’은 주주명부 없이는 존재조차 알 수 없다. 전자파일 형태 주주명부 확보를 둘러싼 다툼은 2019.9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으나, 회사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제한적 제공을 시도하거나 파일 제공을 일차적으로 거부하는 관행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필자들의 진단이다.
- 상장회사 특례의 ‘중첩 적용’ 논란은 입법으로 종결됐다. 3% 일반요건과 1%·6개월 특례요건의 선택적 행사를 명문화한 2020.12.29 개정(제542조의6 제10항)으로, SPC를 통한 단기 지분 확보 후 주주제안이라는 행동주의 전략의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 뒤집어 말하면 KCGI는 제도가 정비되기 직전에 그 미비를 온몸으로 맞은 사례다. 그레이스홀딩스 설립일(2018.8.28)이 6개월을 못 채운 것 하나로 9% 지분의 주주제안이 통째로 날아갔다.
- 5%룰 보유목적 관리가 의결권의 사활을 가른다. 반도그룹이 경영참가 목적 변경을 5일 내 보고하지 않아 3.2% 의결권을 상실한 사례는, 단순투자→경영참가 전환 시점의 판단과 즉시 보고가 지분 경쟁의 승패를 좌우함을 보여준다. 특히 법원이 ‘회장이 대표이사에게 임원 선임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날’을 전환 시점으로 특정했다는 점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대화의 내용이 곧 공시의무의 발생 시점이 된다는 뜻이며, 사전에 확인서까지 제출한 것이 오히려 목적 변경의 대비 증거로 작용했다.
- 특수관계인·공동보유자 판단은 ‘지배적 영향력’의 소명이 관건이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사건에서 법원은 ‘출연’과 ‘출자’를 구분하고, 겸직 사실이나 계속적·지배적 영향력,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에 대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특히 자가보험이 안건별 찬반 조회 후 비율대로 의결권을 불통일 행사했다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우호지분 무력화 시도의 명확한 한계이자, 역으로 기업 측 우호지분 설계의 모범답안이 무엇인지도 함께 보여준다.
-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면 제3자 배정도 정당한 방어 수단이 된다. 산업은행 유상증자는 경영권 방어 목적 배정을 위법으로 본 대법원 법리(2018다289542)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인수·유동성 확보라는 정당한 목적과 정책금융기관의 중립적 지위가 인정되어 가처분이 기각됐다. 결국 ‘목적의 정당성‘이 승부처다. 나아가 상대방이 제시하는 대안(무의결권 우선주·주주배정)이 왜 불가능한지를 거래 상대방의 요구조건으로 입증한 것이 인용 회피의 실질적 열쇠였다.
- 행동주의의 ‘성공’은 지배구조 개선과 수익 실현의 이중 잣대로 평가된다. KCGI는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지분을 약 2배 가격에 매각해 재무적 성과를 실현했다. 필자들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하여는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명성과 수익률 개선에 기여한 바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평한다. 캠페인의 성패는 거버넌스 개선 기여도와 투자수익률이라는 두 축에서 상반된 평가가 가능함을 시사한다.
- 2026년 현재의 행동주의는 이 판례들 위에 서 있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의 금융지주 캠페인,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공개주주서한 등이 ‘독립이사회’를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KCGI 사례에서 확인된 교훈이 깔려 있다 — 지분 경쟁만으로는 경영권을 못 얻고, 5%룰과 주주제안 요건이라는 절차적 관문이 결정적이며, 회사 측 방어수단(제3자 배정)은 목적만 정당하면 유효하다는 것. 여기에 2025년 개정 상법(이사 충실의무 주주 확대, 독립이사 선임비율 1/3 상향, 감사위원 합산 3% 룰 — 2026.7.23 시행)이 더해지면서, 행동주의의 전선은 ‘지분 싸움’에서 ‘이사회 구성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와 법령·판례를 정리한 일반적 정보로, 개별 사안에 대한 투자·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의사결정은 반드시 전문가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